심지어 국산 코인을 모두 ‘잡코인’으로 폄하하는 분위기까지 생기면서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는 모양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선 합리적 수준의 규제 도입으로 시장의 신뢰도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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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믹스 가격 44% ‘뚝’…코인 발행사에 불똥 우려
14일 코인 시황 중계 서비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김 의원이 60억~120억원 규모까지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믹스’ 코인 가격은 지난 12일 830원까지 떨어졌다. 사태 발생 직전인 4일과 비교하면 44% 폭락했다. 같은 기간 위믹스 발행사인 중견 게임업체 위메이드(112040)의 주가도 16% 추락했다.
김 의원이 작년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약 1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고 알려진 ‘마브렉스’ 가격도 29% 하락했다. 마브렉스 발행사 넷마블(251270)의 주가도 14%가 빠졌다. 위믹스와 마브렉스의 기반이 된 플랫폼 코인 ‘클레이튼’ 가격 역시 17% 떨어졌다.
사실상 김 의원의 코인 논란이 산업계까지 옮겨붙은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들이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국내 허용을 위해 입법로비를 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게임업체들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고, 김 의원도 “황당무계 그 자체”라며 부정했지만 세간의 의혹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김 의원은 개발사가 투자금만 챙기고 잠적해 소위 ‘잡코인’으로 불리는 클레이페이까지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각사의 게임 생태계에서 쓰이고 있는 위믹스, 마브렉스 같은 주요 국내 발행 코인까지 김 의원이 투자한 다른 부실 코인들과 도매금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국내 발행 코인이 모두 ‘잡코인’으로 취급받는 인식이 굳어질 경우, 블록체인 산업 전망은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P2E는 블록체인 기술과 게임이 결합한 융합 모델인데, ‘김남국 사태’ 하나로 모든 것을 ‘악의 축’으로 모는 건 과도하다”며 “가뜩이나 지난해부터 블록체인 시장이 주춤했었는데 이번 사태로 사형선고를 받게 된 셈이어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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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일각에선 시장 신뢰도 회복을 위해 오히려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가상자산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해 자본시장법에 준해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코인 발행과 유통에 대한 규율은 담기지 않았다. 보완 입법을 통해 마련될 ‘가상자산 기본법’은 합리적 수준에서 규제를 포함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해외에서도 코인 발행 업체에 대한 규율 마련이 본격화되는 중이다. 유럽연합(EU)이 지난달 통과시킨 ‘암호자산시장 법률안(MiCA·미카)’에도 발행업체에 대한 규제가 포함됐다. 미카에는 △가상자산 발행의 관계 당국의 승인 △매월 웹사이트에 준비자산과 관련한 모든 사건 공시 의무화 △발행자가 특정되지 않는 가상자산에 대해선 거래소 등 암호자산서비스 업자의 투자자 보호 규제 마련 의무화 등이 담겼다.
다만, 발행 업체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산업 위축으로 연결될수 있는만큼, 글로벌 규제 흐름을 맞추면서도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합리적 수준으로 설계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미카와 마찬가지로 가상자산기본법에도 발행사에 대한 규율체계가 도입돼야 한다”며 “기업공개(IPO)평가와 같은 기준일 필요는 없고, 코인 발행 업체의 건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