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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대사를 지낸 안호영 경남대 석좌교수는 지난 28일 이데일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기로 한 `워싱턴 선언`에 대한 평가로 “3가지 포인트가 있다”며 이 같이 답했다. 그는 박근혜 정권 당시 2013년 6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4년 5개월 간 역대 최장 기간 주미대사를 역임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열고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이 선언에 따르면 양국은 새로운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기로 했으며, 미국은 전략핵잠수함(SSBN)을 포함한 전략자산을 정례적으로 한반도에 전개하기로 약속했다.
안 교수는 3가지 포인트에 대해 “미국이 정보를 교류하겠다고 했다. 미국 사람들이 제일 주지 않는 정보가 핵 정보였다. 워낙 민감해서 잘 안 주는데 이제는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또 `조인트 플래닝`(joint planning·공동 기획)을 하겠다고 했다. 북한이 어떤 무기로 나올 때 어떻게 대응할지 계획을 짜야 하는데 그걸 같이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 번째로, (확장억제의) 공동 이행인데, 여기에는 핵 전력과 함께 재래식 무기, 미사일 방어체계가 다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 군의 역할이 당연히 늘어날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들은 `북한 도발 대응에 있어 한국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한국에서는 핵무장을 하자는 여론이 강해지면서 미국이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는 게 안 교수의 생각이다.
다음은 안 교수와의 일문일답.
-한미정상회담 총평을 한다면.
△정상 방문엔 `상징성`과 `현실적인 이슈`(substance·의제) 두 가지가 있는데 양쪽 다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제껏 국빈 초청을 거의 하지 않았다. 임기 3년째인데 윤 대통령이 두 번째다. 그렇게까지 안 한 미국 대통령은 거의 없다. 그런데 왜 윤 대통령은 초청했을까. 그게 상징성이다. 동맹 70주년이니 그것에 걸맞게 대접해보자고 한 것이다. 그 다음이 `substance`인데 우리 기대가 반영됐다. 첫째는 확장억제, 둘째는 미국의 자국중심주의 경제 운영 관련, 셋째는 미래 먹거리 분야다. 특히 확장억제 관련 `워싱턴 선언`은 매우 잘된 선언이다.
-왜 잘된 선언인가.
△우리가 그동안 확장억제에 대해 안심을 못 했던 게, 비상사태 시 핵무기·재래식 무기·미사일 방어체계(MD)를 다 동원해서 대응해주겠다고 하지만 이것이 미국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이루어 진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 워싱턴 선언에는 3가지 주목해야 할 포인트가 있다. 먼저, 정보를 교류하겠다고 했다. 미국 사람들이 제일 주지 않는 정보가 핵 정보였다. 워낙 민감해서 잘 안 주는데 이제는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한 것이다. 두 번째, `조인트 플래닝`을 하겠다는 거다. 북한이 어떤 무기로 나올 때 어떻게 대응할지 계획을 짜야 하는데 그걸 같이 하겠다고 한 것이다. 세 번째는 (확장억제에) 핵 전력과 함께 재래식 무기, 미사일 방어체계가 다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 군의 역할이 당연히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들은 `북한 도발에 있어 한국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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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핵공유까지 가지 못했느냐는 평가가 있지만, 워크 인 프로세스(work in process·진행 중)다. 현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할 수 없는 일을 왜 하지 못 했느냐고 하면 안 된다. 이제 막 시작하는데 지켜봐야 한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처럼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모습이 나오긴 어렵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국회에 갔다. 그때 연설에서 `북핵문제를 외교와 강력한 억제력으로 해결하겠다`고 했었다. 두 개를 같이 써야 한다. 미국은 외교를 하고 싶은 건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호응을 하고 있지 않아 방법이 없는 상태다.
-확장억제를 강화하면서 대화를 하자는 건 모순 아닌가.
△아니다. 그럼 당장 북한이 저러는데 대한민국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지 북한을 먼저 생각해야 하나.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지금은 북한을 달랠 때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을 북핵 위협으로 부터 안심시키는 게 우선이다. 또 김정은은 궁지에 몰려야 대화로 나올 거다. 과거 소련이 멸망한 건 핵무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경제 문제 때문이었다. 그걸 요즘에 나는 `고르바초프의 순간`이라고 표현한다. 북한이라고 어떻게 다를 수 있나. 김정은도 아는 거다. 언젠가는 문을 열고 나올 거다.
-확장억제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반도체과학법(칩스법) 등 경제안보 분야에선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IRA와 반도체과학법은 법 자체를 바꿀 수 없으니 이행 가이드라인에 우리 의견을 반영시켜야 한다. 그건 실무자들이 열심히 해오던 부분이다. 양국의 공동성명에도 그 구절이 있는데, IRA와 칩스법안에 대해 `최근의 노력을 평가(appreciate)한다`고 했다. 장관과 실무자들이 이뤄낸 성과에 감사하다고 한 것인데, 양국 정상들이 이를 지지(endorse)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IRA와 칩스법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매우 좋은 영향을 미칠 거다.
-또 짚어 볼 정상회담 성과는 무엇이 있나.
△제일 중요한 문제가 있다면 미래 먹거리다. 윤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과학기술 인사들을 많이 만나고 나사 고다드 연구센터도 갔다. 우리도 한국판 나사인 우주항공청(KASA·카사)을 만들겠다고 한 것 아닌가. 워싱턴에서 AI, 퀀텀 컴퓨터, 수소,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관련 다양한 MOU를 체결했다. 과학기술 메카인 보스턴도 갔다. 양국 젊은 과학기술자 2023명을 교류하겠다고 기금까지 만들었다. 미국은 최첨단 과학기술의 나라다. 양국이 과학기술 동맹을 통해 협력한다면 미래 먹거리를 찾는 일이 훨씬 더 수월해질 거다. 이제는 실천을 위한 노력을 할 때다.
-국빈방문이나 워싱턴선언을 보면 미국이 한국에 대한 대우가 과거보다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유가 무엇인가
△북한이 저렇게 야단법석이고, 핵무장을 하자는 한국 내 여론에 미국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또 미국은 미중 갈등으로 국제질서가 요동치면서 중국도 견제해야 하고 미국 국내 제조업을 부활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반도체와 2차전지가 제일 중요한데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갖은 분야이고, 따라서 미국도 한국과의 협력 중요성에 더욱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점을 살려 한미 관계에서도 우리 목소리를 더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