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건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오는 27일 진행될 예정이다. 17일 잡혀 있는 기재위 전체회의 전까지 소위 일정을 다시 잡는다면 길이 열릴 수 있지만, 국회 전원위원회가 주요 이벤트인 데다가 내주에는 소위 의원들의 해외 일정이 계획돼 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이달 내 추가 논의의 가능성은 사실상 닫힌 상태다.
지난해 9월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유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포퓰리즘’적 재정 운용을 막고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안전핀을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 야당 모두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법안은 반년 넘게 상임위원회도 밟지 못하고 소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법인세·종합부동산세 인하, 반도체 세제 지원 등에 밀린 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등으로 여야가 날선 대립을 지속해왔던 탓이다. 최근에는 야당이 재정준칙 법제화 통과 조건으로 ‘사회적경제 기본법’(사경법) 등을 요구하면서 좌초됐다. 사경법은 공공기관에 ‘사회적 기업’ 물품 등의 구매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5월에도 입법화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다. 법안을 두고 여야의 이해관계가 여전히 충돌하고 있어서다. 국회 기재위 야당 간사이자 경제재정소위원장인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재정준칙을 굳이 지금 해야 할 시급성을 못 느낀다”며 “사경법 등 기존에 들어온 법안들을 순서대로 논의하다가 (재정준칙 법제화) 차례가 오면 5월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기재위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재정준칙은 국가 살림살이를 건전하게 하자고 기준을 만드는 것이고 여야가 이미 세칙까지 조정을 마쳤다”면서 “민주당이 원하는 법안과 연계해 거래를 하는 식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법제화가 지연될수록 재정준칙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해질 가능성이 크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고 있기에 하반기에는 여야 모두 ‘선거 모드’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재정 자원의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닌데 정치권에서 벌써부터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선심성 지원 경쟁에 빠져버렸다”면서 “재정준칙 논의는 뒷전으로 미뤄놓고 재정확대 논의만 반복하며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