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주세를 개편하려는 것은 매년 세금 인상을 빌미로 주류업체와 식당들이 세금 인상 폭을 훨씬 웃도는 가격 인상을 해온 관행을 막으려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주류업체들은 주세가 오를 때마다 맥주 출고가를 올려왔다. 2021년엔 주세가 0.5% 오르자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맥주 출고가를 평균 1.36% 인상했다. 지난해에는 주세가 2.49% 오르자, 맥주 출고가를 7.7∼8.2% 올렸다.
다만 소주 등 종가세 대상 주류와의 과세 형평성은 문제다. 종가세는 물가상승에 따라 주류가격이 인상되면 세부담도 증가하지만, 양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는 가격을 올려도 세금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재부도 2020년 맥주·탁주 종량세 도입 당시 “종량세는 물가연동제를 적용하지 않으면 가격을 올려도 세금이 하나도 오르지 않아 실질 세 부담이 줄어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일정 시기에 맥주·탁주에 붙는 세금을 인상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일정 시점에 한 번씩 국회에서 세금을 정해 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정기적으로 주세를 인상 할 경우 국회든 정부든 매번 인상에 따른 국민적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예가 담뱃세다. 담배소비세는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1989년 도입 이후 1994년, 2001년, 2005년, 2015년 등 총 4번 인상하는 데 그쳤다.
정부가 세금을 올릴 때마다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불필요한 행정 낭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과도한 사회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일정 기간을 정해두고 정기적으로 세금을 인상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경우 현행 물가연동제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세금 인상 주기가 길어지면 한꺼번에 큰 폭으로 가격이 오르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적정하게 세금 부담을 조정할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