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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개장사발면, 아메리칸사모아 사람들이 주 1회 먹죠"

남궁민관 기자I 2023.03.02 05:30:00

[국경 넘는 K라면]①'핫한' 신라면·불닭, '틈새공략' 도시락·육개장…2兆 주역들
수출 불닭면 현지 열기에 '역직구'까지…'기묘한 인기'
매운맛에 K컬쳐 지원사격 더하니 해외매출 쾌속 성장
신라면·불닭만 1.1兆 이상…러시아·멕시코 등 틈새공략도 주효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농심(004370)의 ‘육개장사발면’ 연간 소비량 1인당 54.5개. 한국이 아닌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한 사람당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육개장사발면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고 한다.

우리에겐 다소 낯선 땅 오세아니아 폴리네시아 사모아 제도에 위치한 미국령인 아메리칸 사모아는 1990년대 초 원양어선을 탔던 한국인들로부터 육개장사발면을 처음 접했다. 유사한 경쟁 제품들의 도전 속에서도 꾸준히 이름을 알리며 현지 대표 라면으로 자리한 육개장사발면은 인구 단 5만5000여명인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지난해 21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0년(14억4000만원)보다 51.4%나 증가한 수치다.
미국 뉴욕에서 한 커플이 신라면을 먹고 있다. (사진=농심)
K푸드가 새로운 수출 효자품목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그 중심에 K라면이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인구절벽에 따른 수요 감소와 함께 가정간편식(HMR)의 급성장으로 식사대용으로서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지만, 해외에서 주목을 받으며 사상 처음으로 주요 4사 해외 매출(수출+현지생산)이 2조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엔데믹 이후 일본 홋카이도에 놀러간 40대 직장인 윤현수(가명) 씨는 현지 최대 할인점 돈키호테를 찾았다. 일본 관광 필수 코스이기도 하거니와 삼양식품이 일본 수출 전용으로 선보인 ‘야키소바불닭볶음면’ 구매가 목표였다. 결과는 ‘실패’. 지난 1월 25일 출시한 지 2주일만에 초도물량 20만개가 완판되며 일본 소비자들도 제품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이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이 제품을 한국 소비자들에게 ‘역직구’ 해주겠다는 이들까지 나타났는데 더 놀라운 건 이런 ‘기묘한 현상’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라불닭볶음면’, ‘커리불닭볶음면’, ‘불닭볶음탕면’ 등 해외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수출 전용 제품은 해외 각국 현지의 열띤 호응이 국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종종 역직구되고 있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라면 4사 해외매출 2조원 ‘신기록’

1일 이데일리가 농심, 오뚜기(007310) 등 국내 라면업체 4사의 잠정실적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 매출을 추산한 결과 수출과 해외법인 매출을 더한 해외 매출이 2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1위 농심은 지난해 총 매출 3조1291억원(이하 연결기준)을 기록했는데 이중 라면이 차지하는 규모는 2조5000억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라면 매출 중 내수는 1조4000억원 수준으로, 나머지 1조1000억원은 수출과 해외법인 등 해외에서 올린 것으로 추산됐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총 매출 9090억원 중 불닭 시리즈와 삼양라면, 짜짜로니 수출이 6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팔도의 약진도 눈에 띈다. 팔도 러시아법인과 베트남법인의 지난해 라면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2.9%, 35.6% 증가한 1400억원, 600억원을 기록했다. 다소 규모는 작지만 수출까지 더하면 해외 매출은 2000억원 이상인 셈이다. 상대적으로 내수 의존도가 높은 오뚜기 라면은 지난해 총 매출 3조1833억원 중 라면 해외매출이 1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매운맛’ 앞세우고, ‘K컬쳐’ 지원사격까지

라면업계 관계자들은 기본적으로 K라면의 중독성 있는 매운맛이 전세계인들의 호기심과 입맛을 자극한 점을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여기에 K컬처의 인기가 기폭제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영화 ‘기생충’에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등장하고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불닭볶음면’을 즐겨 먹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K라면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폭증했다”며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세계 공통적으로 내식이 증가하면서 K라면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매출 2조원 시대의 단연 주인공에 ‘사나이 울리는’ 원조 매운맛 신라면과 더 강력해진 매운맛 불닭시리즈가 ‘투톱’으로 꼽힌다.

농심과 삼양식품 양사의 예년 매출 비중으로 고려하면 신라면은 6000억원, 불닭시리즈는 5500억원 수준의 해외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의외의 인기를 끌고 있는 육개장사발면과 함께 도시락도 러시아에서 라면 시장 점유율 60%라는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국내 라면업체들은 K컬처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말 진라면의 모델로 BTS 멤버 진을 선정하면서 올해 해외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였다. 오뚜기 관계자는 “진을 앞세운 진라면의 성과는 올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은 최근 방영을 시작한 tvN 예능 프로그램 ‘서진이네’ 후원사로 참여했다. 배우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과 BTS 멤버 뷔가 멕시코에 작은 음식점을 차려 현지인들에게 한국 음식을 알리는 과정을 담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서진이네’가 국내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시청할 수 있어서 해외 소비자들에게 불닭볶음면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일본 최대 할인점 돈키호테에서 판매 중인 삼양식품 야끼소바불닭볶음면.(사진=삼양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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