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푸틴이 선택한 전쟁" 반박…지정학 긴장감 점증(종합)

김정남 기자I 2023.02.22 04:20:35

바이든, 푸틴에 정면 반박 "푸틴이 이 전쟁 선택"
"우크라 지원 변함 없다…나토 어느 때보다 강력"
뉴스타트 중단 러 "미국 태도 따라 바뀔 수 있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이 비극은 푸틴이 선택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하며 서방에 전쟁의 책임을 돌리자,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전후해 지정학적 긴장감이 더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폴란드 왕궁 정원의 쿠비키 아케이드에서 한 20여분 연설을 통해 “푸틴은 언제든지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며 “이 전쟁은 절대로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폴란드 왕궁 정원의 쿠비키 아케이드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오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 그 이후 5시간 만에 폴란드로 떠나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연설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접경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최전선인 폴란드를 찾은 것은 전쟁 초기인 지난해 3월 22일 이후 11개월 만이다.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를 처음 전격 방문하고 폴란드까지 다시 찾은 것은 서방 안보 동맹이 굳건함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확전에 대한 책임은 서방에 있다’는 전날 푸틴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를 통제하거나 파괴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푸틴이 말한 것처럼 러시아를 공격할 책략을 꾸미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푸틴의 영토와 권력에 대한 비겁한 욕망은 결국 실패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전날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 전시장에서 국정연설을 통해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하며 핵 전쟁 공포를 키웠다. 미국과 러시아가 지난 2010년 체결한 뉴스타트는 양국이 각각 장거리 핵탄두 숫자를 1550개 이하로 제한하고 상호 사찰을 허용하기로 한 조약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이 전쟁을 계속 하는 것으로 선택하는 동안 우크라이나는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는 공격을 방어하고 반격하면서 매우 힘들고 씁쓸한 나날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두고 “승리와 비극”(victories and tragedies)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다만 “세계의 민주주의는 오늘, 내일, 그리고 영원히 자유를 수호할 것”이라며 지원이 지속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울러 이번주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두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지원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나토가 분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두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은 안보 유지를 위한 미국의 약속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면서 “미국은 세계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의 사기를 높이는 극적인 행보였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울러 오는 22일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비롯한 부쿠레슈티 9개국 정상을 만난다. 부쿠레슈티 9개국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계기로 결성한 조직이다. 폴란드 외에 불가리아, 체코, 에스토니아, 헝가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이다.

바이든 대통령뿐만 아니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무책임한 핵 관련 발언을 규탄한다”며 “우리는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잔인한 팽창주의’(brutal expansionism)를 거부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G7은 “러시아는 침략 전쟁을 중단하고 군대와 군사 장비를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해야 한다”며 “우리는 러시아와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 행위에 정치·경제 지원을 하는 개인·단체를 향해 추가적인 경제 비용을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선언 하루 뒤인 이날 다시 뉴스타트 복귀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러시아 외무부는 “뉴스타트 참여 중단 결정은 뒤집힐 수 있다”며 “미국이 정치적인 의지와 긴장 완화를 위한 선의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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