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예산전쟁은 정부의 예산안이 넘어왔을 때부터 시작했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임대주택과 지역화폐 예산을 삭감한 것을 예로 들며 ‘비정한 예산’이라고 평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첫 예산안 시정연설을 거부한 것을 시작으로 정부 예산에 칼을 들이대며 대립각을 세웠다. 실제 국토교통위 예산 소위에서 용산공원 조성사업(304억원)을 전액 삭감했으며, 영빈관 신축비(497억원) 삭감도 예고했다. 또 청와대 개방과 관련해 사랑채 개보수, 안내센터 운영 등은 삭감돼 담당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를 통과했지만, 여야가 예산조정소위에서 건건이 부딪혀 결국 지난 18일 결국 안건 일체를 보류했다. 윤 대통령이 신설한 행정안전부 경찰국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가 기본 경비 2억900만원과 인건비 3억9400만원 가운데 10% 삭감된 5억8200만원에 의결됐다. 소형모듈원자로(SMR) 예산 역시 전액 삭감 위기에 놓였다.
그 빈자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공약과 민주당의 방침 관련 예산이 메웠다. 민주당은 지난 4일 5조원 규모의 10대 민생사업 증액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고 실제 정부안에서 빠졌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규모를 5000억원 증액했다. 수소·연료전지 핵심기술 개발과 신재생에너지 지원 관련 예산이 애초 7839억원에서 3000억원가량 늘었고, 임대주택 공급 예산도 23조13억원으로 정부안보다 4732억원 증가했다.
국민의힘도 지난 8일 가구당 100만원 규모의 연말정산 장바구니 소득공제를 비롯한 민생·약자·미래를 위한 예산을 2조원 정도 증액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집권여당으로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국민의힘은 이태원 국정조사와 윤 대통령 관련 각종 논란 수습 하느라 예산 협상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예산안과 묶어 협상해야 할 이태원 국정조사는 원내지도부가 당내 의원들 설득에 실패하며 무산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 모두 말로는 국민을 위한 민생예산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정파적 이해관계만 채우려 예산 심사를 하고 있다”며 “국정조사 등 다른 갈등 요소까지 맞물리면서 부실 예산 심사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