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약물에 밀려 입지 좁아진 에이즈 치료제 '트리멕'[블록버스터 톺아보기]

김진호 기자I 2022.08.28 08:00:00

GSK와 화이자의 합작사 비브헬스케어가 개발한 '트리멕'
HIV로 인한 에이즈 치료제로 2014년 FDA·EMA 승인
길리어드의 '빅타비' 등장으로 시장 1위 빼앗겨
GSK 주사형 에이즈 치료제 '카베누바'로 재도전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자신이나 가족의 질환 또는 투자 등 목적은 다를 수 있다. 제약바이오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법한 전 세계 블록버스터 약물을 2020년 기준 매출이 높은 순으로 소개한다. 약의 탄생과정부터 그 특징, 비슷한 계열의 경쟁 약물까지 두루 살펴본다.

이번에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후천성면역결핌증후군(AIDS, 에이즈) 치료제 ‘트리멕’(성분명 돌루테그라비르·아바카비르·라미부딘)이다. 2020년 기준 글로벌 시장 매출액은 약 29억 달러(당시 한화 약 3조4200억원)로 전체 의약품 중 매출 37위를 기록한 블록버스터다.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치료제 ‘트리멕’(성분명 돌루테그라비르·아바카비르·라미부딘)(제공=글락소스미스클라인)


트리멕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로인한 AIDS 치료제다. HIV는 자신의 유전물질인 리보핵산(RNA)를 숙주세포의 DNA에 끼워 징식하는 레트로바이러스다. 이 때문에 트리멕이 항레트로바이어스 제제로 불리기도 한다.

HIV는 숙주 내에서 번식하면 면역세포 중 T세포를 파괴한다. 이 때문의 HIV에 감염될 경우 면역력을 저하돼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HIV가 내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서로 다른 기전을 가진 성분을 조합한 약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를 ‘고활성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HAART) 또는 칵테일 요법이라고 부른다.

트리멕 역시 세 가지 다른 기전을 가진 성분의 복합제다. 여기에는 인테그레이스 억제제인 ‘돌루테그라비르’와 역전사효소를 억제제인 ‘아바카비르’와 ‘라미부딘’ 등이 포함됐다.

HIV의 인테그레이스는 숙주세포의 DNA에 바이러스에 자신의 RNA를 끼워 넣는 통합 효소다. 역전사효소는 RNA를 숙주의 DNA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돌루테그라비르는 인테그레이스의 활성부위에 결합해 제기능을 목하도록 막아, HIV의 복제 주기를 망가뜨린다. 아바카비르는 DNA 염기 중 구아노신(G)의 유사체로 역전사효소에 결합해 활성을 떨어뜨린다. 라미부딘은 역시 염기 중 시토신(C) 유사체 바이러스의 역전사효소를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성분을 포함하는 트리멕은 2009년 GSK와 미국 화이자가 합작해 설립한 당시 HIV 관련 개발 역량을 결합해 세운 비브(ViiV) 헬스케어가 개발 완료했다. 트리멕은 1일 1회 먹는 경구용 약물이다.

비브헬스케어는 2014년 12세 이상, 그리고 체중이 40㎏ 이상인 AIDS 환자의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유럽의약품청(EMA)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2015년 같은 적응증으로 이를 허가했다.

이후 트리멕이 2017년 AIDS 치료제로 국내 1위에 오르는 등 시장을 주름잡았다. 하지만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길리어드)의 AIDS 치료제 ‘빅타비’(성분명 빅테그라비르·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가 2018년 FDA와 EMA의 허가를 모두 획득하며 상황이 역전됐다.

빅타비는 2020년 세계에서 72억60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8조5600억원)으로 동종계열 약물 중 매출 1위, 전체 의약품 중 9위를 차지했다. 미국 의약전문지 ‘드럭 디스커버리 앤 디벨롭먼트’에 따르면 2021년 빅타비는 86억2400만 달러, 트리멕은 24억6339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점유율 차이가 더 벌어진 것으로 확인했다.

길리어드는 빅타비가 두 개의 링이 결합한 독특한 구조로 인테그레이스에 강력하게 결합하며, 반감기가 약 17시간으로 길어 내성이 생길 확률도 크게 줄일 수 있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GSK가 얀센과 함께 빅타비를 공략하기 위한 신약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2020년 12월 EMA가 GSK의 AIDS치료제 ‘보카브리아’(성분명 카보테그라비르)와 미국 얀센의 레캄비스주사‘(성분명 릴피비린)을 결합한 패키지 제품 ’카베누바‘를 승인했다. FDA는 2021년 1월, 식약처도 지난 7월 이를 승인했다. 카베누바는 1~2달 간격으로 1회 주사하는 약물로 경구제인 트리멕이나 빅타비보다 복용 편의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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