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열전]'10년 뚝심' 실리콘렌즈 "이젠 미래차 필수부품"

강경래 기자I 2022.08.08 05:00:00

송성근 아이엘사이언스 대표, 학창 시절 창업 나서
15년 동안 건설용 LED 등 자리 잡아, 작년 매출 486억
유리·플라스틱 비해 강점 있는 실리콘 활용한 렌즈 상용화
전조등·후미등·방향등·라이팅그릴 등에 실리콘렌즈 적용
"독자적인 실리콘렌즈 기술 앞세워 폭발적 성장할 터"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앞으로 10년은 미래자동차가 인류의 삶을 바꿀 것입니다.”

5일 경기 성남 아이엘사이언스(307180) 본사에서 만난 송성근 대표는 “과거 10년 동안 세상을 바꾼 건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아이폰’이었다. 앞으로 10년은 ‘UAM’(도심형 항공 모빌리티)을 포함한 미래차가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런 흐름을 타고 실리콘 렌즈를 비롯한 미래차 핵심 부품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송성근 아이엘사이언스 대표 (제공=아이엘사이언스)
송 대표가 이끄는 아이엘사이언스는 아파트, 빌딩 등 건설 부문에 LED(발광다이오드)조명을 주로 공급해 왔다. 건설 부문 실적은 전체 매출액 중 65%가량을 차지한다. 아울러 한국도로공사 등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LED조명 비중이 15% 수준이다. 나머지는 ‘폴리니크’ 등 LED 기술을 활용한 헤어케어 솔루션 등이 차지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486억원에 달했다.

송 대표가 아이엘사이언스를 창업한 배경에는 어린 시절 ‘가난’이 있다. 그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 선생님이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기업가’라고 말했다. 어렸을 적부터 가난으로 인한 결핍, 이로 인해 반드시 성공해야겠다는 열망으로 가득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창업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입대를 위해 휴학을 한 뒤 국내 1세대 벤처기업가인 조현정 회장이 운영하는 비트컴퓨터에 입사해 6개월 동안 경영지원팀에서 일했다. 군생활을 마친 뒤에도 곧바로 삼성엔지니어링에 입사해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을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렇게 벤처기업, 대기업을 빠르게 경험한 송 대표는 대학 복학과 동시에 아이엘사이언스를 창업했다. 어린 나이에 ‘열정’ 하나로 한 창업이라 위기도 적지 않았다. 송 대표는 “창업한 지 3년째 되던 해에 18억원 매출채권을 받은 뒤 어음부도가 발생했다. 빚을 갚기 위해 쉼 없이 일한 결과 1년여 만에 빚을 모두 청산할 수 있었다. 돌아보면 15년 경영 활동 중 가장 힘들면서도 기뻤던 일”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일, 세상에 없는 일을 하자’는 평소 소신에 따라 실리콘 렌즈 상용화에 나섰다. “미국 얼바인대 교수로부터 ‘실리콘으로 렌즈를 만들면 다양한 곳에 쓰일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통상 렌즈는 유리, 플라스틱으로 만드는데 유리는 성형에 한계가 있고 플라스틱은 열에 취약하다. 실리콘은 이러한 단점을 모두 극복할 수 있는 소재”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상에 없는 기술’을 만드는 건 길고도 힘든 작업이었다. 통상 유리, 플라스틱 등은 고체를 액체, 다시 고체로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실리콘은 액체이기 때문에 기존 사출, 압출 등 과정으론 렌즈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실리콘을 형상화할 때 기포가 생기거나 톤(색상)이 맞지 않은 일이 허다했다. 그렇게 5∼6년 정도 시행착오를 겪은 뒤 실리콘 렌즈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송 대표는 “실리콘 렌즈 기술은 있지만 이를 상용화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자체적으로 자동화장비를 만들어 적용해보고 또 적용하는 과정이 추가로 3∼4년 필요했다”며 “이렇게 10년 정도 걸려 2019년 업계 최초로 실리콘 렌즈 양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실리콘 렌즈는 이후 업계에 입소문이 나면서 적용 범위가 꾸준히 확대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를 비롯해 수술용 의료기기, 항공기,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실리콘 렌즈가 쓰였다. 특히 완성차와 전장업체들이 관심을 보였다. 현재 아이엘사이언스 실리콘 렌즈는 기아 자동차 실내조명에 들어간다. 추가로 전조등, 후미등, 방향등, 라이팅그릴 등에 적용하기 위해 국내 유수 전장업체와 준비 중이다.

송 대표는 “차량용 라이팅그릴에 LED가 1000개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실리콘 렌즈를 적용하면 이를 250개로 줄일 수 있다. LED 개수를 75%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실리콘 렌즈 적용이 미래차를 중심으로 확대하면서 회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이패스 등 통신·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자회사 아이트로닉스와 함께 미래차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학생 때 창업했지만, 지금도 학생 신분”이라고 말했다. 가천대 전자공학과 학사와 중소기업경영학 석사, 창업·기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오는 9월 또다시 가천대 공학박사 과정에 들어가 배움을 지속할 예정이다.

한편, 아이엘사이언스는 성남에 있는 본사를 오는 10월 서울 문정동 신사옥 완공과 함께 이전할 예정이다. 송 대표는 “문정역 인근에 위치한 신사옥을 통해 앞으로 많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이엘사이언스 서울 문정동 신사옥 조감도 (제공=아이엘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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