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사 양측이 모두 반발하며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올해 심의는 2014년 이후 8년 만에 법정 심의 기한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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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오후 11시 50분쯤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9160원)보다 460원(5.0%) 오른 금액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은 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 201만 580원이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기획재정부에서 지난 6월 발표한 경제전망치와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전망치, KDI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평균인 2.7%에 소비자 물가상승률 4.5%를 더했고 취업자 증가율 2.2%를 빼서 인상률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공익위원들이 제출한 안건을 표결해 결정했다. 투표 결과는 찬성 12표, 반대가 1표 기권 10표다. 공익위원의 심의 촉진 구간에 반발해 집단 퇴장한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 표결에 반영되지 않았다. 공익위원 제출안에 반발한 사용자위원 9명은 의결 정족수를 채운 뒤 집단퇴장했다. 한국노총 측 근로자위원 5명과 공익위원 9명, 사용자 위원 9명 등 총 23명이 표결에 반영됐다.
◇노동계·경영계도 반발 후 퇴장…“현실 반영 못 해”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최종 요구안은 각각 1만 80원과 9330원으로 차이가 750원에 달했다. 이에 공익위원은 심의 촉진 구간으로 9410원(2.73%)과 9860원(7.64%)을 제시했다. 이후 노사 의원 양측은 심의촉진구간 내에서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공익위원이 중재안인 공익위원안으로 9620원을 제시했다
공익위원 안이 제시된 이후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전원은 집단 퇴장을 결정했다.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물가인상률에도 공익위원들의 안은 결국은 임금인상이 아니라 동결을 넘어서 실질임금이 삭감되는 수준”이라며 “현재 제기되고 있는 5% 인상안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삶이 더욱 힘들어지는 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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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결이 종료되고 끝까지 표결에 참여했던 한국노총 근로자위원 측도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올해 엄청난 물가상승률로 불평등과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낮은 인상률은 저임금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8년 만에 지킨 심의 기한…“심의 밀도 문제 없어”
한편 올해 심의는 최저임금 심의의 법정 기한을 2014년 이후 8년 만에 지켰다. 최저임금 심의 기한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의 요청을 한 날로부터 90일 동안이다. 앞서 지난 3월 31일 고용부 장관이 심의를 요청했기 때문에 올해 법정 심의 기한은 이날은 6월 29일까지였다.
다만 노동계를 중심으로 법정 심의 기한을 무리하게 준수하려다 심의 자체가 졸속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권순원 교수는 “노사가 최초요구안을 제출한 6차 전원회의 이후 시간으로만 따지면 40시간 가까이 논의했다”며 “날짜를 기준으로 며칠 논의했는지로 판단할 필요가 없고, 실제 논의 시간으로 봐도 심의의 밀도에는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도 “만 3년 동안 최저임금위원회 제도의 예측 가능성과 지속성, 합리성을 높여나갈 방법을 고민했다”며 “다소 무리가 있다는 의견에도 법정 기한을 지키는 것이 제도의 불확실성 줄이고 합리성 높이는 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