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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헌법 파괴 거든 문 대통령, 경제계 염원은 왜 외면하나

논설 위원I 2022.05.04 05:00:00
문재인 대통령이 ‘검수완박’ 법안과 함께 정국의 최대 관심사였던 임기 말 석가탄신일(8일)사면 카드를 끝내 접었다. 이와는 달리 어제 오후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오전에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함께 검찰청법 개정안을 직접 의결, 공포했다. 법조계와 학계, 야당은 물론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고 ‘헌법 파괴’ 비판까지 받는 두 법안이 퇴임 직전 속전속결로 처리된 것이다. 사면은 “문 대통령이 그제까지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밝혔다.

사면 무산은 청와대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등 사면 대상으로 거론된 인사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최근 조사(전국 1012명)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반대의견은 51.7%에 달했다. 김 전 지사는 56.9%, 정 전 교수는 57.2%로 모두 찬성을 크게 웃돌았다. “국민 공감대가 판단 기준”이라고 한 문 대통령의 말대로 민심이 아직 허락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는 다르다.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이 68.8%로 반대 23.5%를 압도했다. 국민 공감대를 잣대로 볼 때 여건을 갖추고도 남았다는 얘기다. 이런데도 청와대 내부 의견은 어렵다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언론 앞에서 한 말이 적용 대상과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 증거다. 범죄의 질과 원인이 판이한 기업인과 정치인을 사면 검토 대상에 같이 올려 놓았다가 모두 없던 일로 했다는 점에서 자기편 사면을 위해 운을 띄워 봤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사면이 없던 일로 되면서 대한상의 등 경제 5단체가 지난달 25일 이 부회장과 함께 사면을 청원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20명의 기업인 특사도 모두 백지화 됐다. 6일 후 임기가 끝나지만 문 대통령은 경제계와 민심이 기업인 사면을 요청한 배경을 진지하게 되짚어 보고 성찰해야 한다. 백척간두의 나라 경제를 그래도 떠받치고 선진 강국으로 이끄는 것은 기업인이라는 것을 국민은 안다. 문 대통령과 삼류 정치인들만 모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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