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연극계는 2014년 참사 이후 이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8주기인 올해에도 어김없이 가라앉은 기억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이어간다. 아직 끝나지 않은 ‘오늘’이라는 이야기를 빌려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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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운데 연극 동인 ‘혜화동1번지’는 참사 이듬해인 2015년부터 ‘세월호 프로젝트’를 이맘때면 공연해왔다. 세월호 참사 이후를 고민해온 극단을 비롯해 극작가, 유가족(4.16 가족극단 노란리본) 등과 연대해 지금까지 50여편의 세월호 연극 신작을 무대에 올렸다.
8주기인 올해 프로젝트 이름은 ‘2022∞세월호’다. 8주기의 숫자 8을 기울인 ‘∞’(무한대) 기호로 사용해 2022년 이후에도 계속 세월호를 기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달 7일부터 다음달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와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 일대에서 펼쳐지며, 혜화동1번지 7기 동인 신작 4편, 극작가·창작진 낭독공연 3편, 참사 유가족 공연 1편이 무대에 오른다.
혜화동1번지 7기 동인 참여 연출들은 이번 프로젝트 에 대해 “할 수 없음을 품고 ‘할 수 있음을 시도’하는 장”이라고 했다. 이들은 “다년간 세월호를 주제로 한 공연으로 부재와 고통을 재현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해왔다”며 “매 기획 후에 남겨진 ‘할 수 없음’은 오히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태도를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재현 불가능성을 반복하는 이유는 그것이 결코 재현될 수 없는 큰 사건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함에 있다”며 “세월호 기획공연의 지속은 재현의 불가능성 앞에서 느끼는 무력함을 외면하지 않고 재정의하는 행위의 유효성과 필요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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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낭독공연 3편(4월12~17일,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이 공연된다. 첫 작품 △김윤식 작가의 ‘고인돌 위에 서서’(극단 동, 연출 강량원)에 이어 △조원재 작가의 ‘7일’(래빗홀씨어터, 연출 윤혜숙) △허선혜 작가 청소년극 ‘괴담’(공연팀 별세대)을 선보인다.
혜화동1번지 7기 동인의 본 공연으로 △진정한 애도란 무엇인지 묻는 연극 ‘툭’(4월22~5월1일, 쿵짝 프로젝트, 임성현 연출) △세월호 참사교육을 위한 연극 만들기인 ‘세월호 학교’(5월5~15일, 엘리펀트룸, 김기일 연출) △어느 한 세계의 상실을 온전히 겪어내고 있는 한 사람과 그 곁에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의 관계맺기를 보여주는 ‘스물 여섯’(5월20~22일, 프로젝트그룹 쌍시옷, 송정안 연출)이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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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과 전남 진도 등 전국 곳곳에서도 추모행사가 열린다. 4·16재단은 16일 오후 3시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세월호참사 8주기 기억식’을 진행한다. 국무총리 등의 추도사, 기억영상 상영, 생존 학생 약속의 편지 낭독, 4·16합창단 및 단원고 재학생 기억 합창 등이 예정돼 있다. 16일 목포에서는 세월호참사가 발생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인근 참사해역에서 선상추모식을 연다.
왜 올해에도 세월호인가. 이 프로젝트는 계속돼야 한다는 게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의 신념이다.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이런 서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세월호를 화석화된 역사가 아니라 살아 있는 기억으로 재생하는 작업이라는 생각에서다. ‘진상 규명’을 넘어 참사와 ‘나’의 관계를 해석하고 갱신하려는 노력이 일련의 공연들이 갖는 의미일 것이다. 동시대성을 담아내는 일, 묻힌 이야기를 꺼내 정면으로 마주하고 집요하게 질문하는 것이 연극이 가야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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