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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을 앞둔 신광렬(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15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 게시판에 동료들에게 사직 인사를 올렸다.
신 부장판사는 검찰의 영장청구서 속 수사기록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법원행정처에 대한 보고 행위가 비위 법관에 대한 적절한 처분을 위한 정당한 사법행정권이라는 취지로 판단했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오히려 신 부장판사에게 “법관으로서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 위신을 떨어뜨렸다”는 사유로 감봉 6개월의 징계를 처분했다.
법원 내부에서 ‘김 대법원장의 징계권 남용’이라는 거센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징계 처분으로 재판 업무 복귀가 무산된 신 부장판사는 퇴직을 신청해 오는 21일 자로 법원을 떠난다. 지난 4일 법관 정기인사를 통해 퇴직이 확정된 그는 법원을 떠나는 소회를 남겼다.
신 부장판사는 사직 인사에서 “시간은 생각보다 참 빨리 흘러갔다. 초임 판사로 임관한 지 벌써 30년의 세월이 흘렀다”며 “이제는 때가 된 것 같아 정든 법원을 떠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경북 봉화의 시골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신 부장판사는 “30년 전 법관을 지망하며 ‘적어도 내가 하는 재판에서는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그리고 사람들이 바라는 정의 실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판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법관으로 재직하며 ‘나는 왜 판사가 되었는가’, ‘나는 왜 판사를 계속 하는가’를 수시로 자문하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 했다. ‘이 사건에서 지켜져야 할 정의는 무엇인가’를 늘 마음에 새기며 재판에 임하려고 노력했다”며 “그러나 능력이 부족해 그 다짐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법원을 떠나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신 부장판사는 “여러 가지로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지나고 있습니다만, 법원 구성원들의 사그라들지 않는 열정과 헌신이 마침내는 사법부를 국민의 굳건한 신뢰 위에 바로 세우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능력이 부족한 제가 긴 시간 판사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선배·동료 법관님들과 직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배려 덕분”이라며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1993년 서울지법 의정부지원(현 의정부지법)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한 신 부장판사는 서울고법 판사, 대전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한 후 2012년 ‘법관의 꽃’으로 통하던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보임했다.
재판 업무 외에도 사법행정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던 그는 법원행정처 법무담당관, 기획담당관, 사법정책1심의관, 사법정책1심의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도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