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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M&A 키워드]결합 막는 가장 큰 복병 ‘독과점’

김무연 기자I 2022.01.31 07:30:00

현대重, EU의 LNG선 독저 우려로 대조양 인수 무산
엔비디아, 각국 규제당국 반대에 ARM 인수 포기 가닥
美 FTC, 자국 기업 M&A에도 반독점 칼날 겨눠
특정국 산업 경쟁력 강화 막기 위한 전략이란 지적도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수년을 끌어온 현대중공업(329180)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가 결국 불발로 돌아갔습니다. 유럽연합(EU)의 규제 당국이 양사의 기업결합을 허락하지 않아서입니다. EU는 두 회사가 합병할 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을 독과점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크레인(사진=연합뉴스)
한국 기업 간 인수합병을 EU가 제동을 걸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바로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M&A는 이해관계가 얽힌 주요 국가에서 반독점 규제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와 승인을 받아야 하는 규칙 때문입니다. 반독점을 위한 규제는 건전한 시장 경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규칙입니다. 특정 사업자가 세계 시장의 독점 사업자로 떠오를 경우 가격 결정력을 악용해 다양한 국가가 피해를 볼 수 있어서죠.

최근 각국의 기업결합 불허 문제가 매번 불거지는 분야는 단연 반도체 산업입니다. 반도체가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전자기기 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에서도 필수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수급 문제로 다양한 상품의 생산에 제동이 걸리는 상황에서 반도체의 설계 및 생산 능력이 각국의 경쟁력으로 직결됩니다.

엔비디아 로고(사진=AFP)


◇ 반독점 칼날에 엔비디아, AMR 인수 무산되나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반도체 업체 간 M&A에 매우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NVIDIA)의 영국 반도체 업체 ARM 인수 건입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2020년 9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400억 달러(약 47조9천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매각이 성사되려면 이를 위해선 미국, 영국, 중국, EU 등 주요국 경쟁당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다만, 각국 정부의 반응은 부정적이었습니다. 당장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만약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게 되면, ARM의 기술을 이용하는 엔비디아의 경쟁 업체들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영국 경쟁시장청(CMA)도 지난해 7월 이번 인수에 대한 1단계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경쟁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이번 인수로 ARM의 지식재산권이 침해되는지 유심히 들여다보고 밝히며 부정적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에 엔비디아는 결국 ARM 인수를 포기하는 수순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습니다. 미국, 영국, EU의 심사를 가까스로 통과하더라도 규제 강도가 높은 중국 당국의 심사를 넘어서기 어려워 보인다는 이유에서입니다. ARM을 보유한 소프트뱅크 측은 차선책으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블룸버그는 전했습니다.

리나 칸 FTC 위원장(사진=AFP)


◇ FTC, 록히드 겨냥 소송…韓 공정위도 독점 민감

해외 기업을 사들이는 크로스보더 M&A만이 반독점의 칼날 앞에 선 것은 아닙니다. 미국 FTC는 자국 기업의 M&A에서도 독점과 관련해선 무관용 원칙을 펼치고 있습니다. 당장 FTC는 록히드마틴이 에어로젯로켓다인을 인수하려는 계획에 반대를 표했습니다. 방산 분야에서 독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당장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만 하더라도 독일계 배달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할 때, DH코리아가 한국에서 운영하는 요기요 매각을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배달 시장에서 1, 2위 업체가 합병할 경우 독과점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문제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각국 규제당국의 기업합병 불허가 한 국가가 특정 산업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앞서 예로 든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을 두고 산업은행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EU의 결정을 두고 “자국 이기주의에 근거한 결정으로 공정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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