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카카오(035720)를 최대주주로 맞아 주목을 받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 ‘휴먼스케이프’의 장민후 대표에게 굴지의 플랫폼 기업과 국내 벤처캐피털(VC)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휴먼스케이프는 지난 2016년 엔젤 투자를 시작으로 한국투자파트너스와 GC녹십자홀딩스, KB증권, 케어랩스, P&I 인베스트먼트, 나우아이비 등으로부터 꾸준히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에는 카카오를 전략적투자자(SI)로 맞아 150억원을 투자받았다. 올해 12월 기준 휴먼스케이프의 총 누적 투자금은 350억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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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케이프는 현재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의 전주기를 돕는 애플리케이션(앱) ‘레어노트’를 통해 환자들에게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 개발 현황 및 관련 의학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환자들은 레어노트에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직접 올려 개인 맞춤형 건강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회사는 임신·육아 종합관리 플랫폼인 ‘마미톡’도 운영 중이다.
장 대표는 휴먼스케이프를 통해 이와 같은 서비스를 출시한 이유에 대해 “해외에서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B2G 및 B2B 사업 시도가 속속 이뤄졌다”며 “우리나라에서도 환자 데이터와 IT서비스를 융합해 다방면으로 고립된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휴먼스케이프는 데이터 수요가 명확한 환자군을 좁히는 것에 가장 주안점을 뒀다. 회사가 유수의 투자사로부터 주목받은 배경이다. 장 대표는 “의료 데이터를 다룰 때 가장 큰 허들은 데이터 소유권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서비스가 환자와 의료진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데이터 활용에 관한 동의를 얻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희귀난치성 질환 분야로 타깃을 좁히고 환자와 의료진을 일일이 발로 뛰며 만나기 시작했다. 그는 “희귀난치성 질환은 유독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인 데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케이스가 많지 않아 돌보기 어려운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며 “환자에게 임상·치료제 개발 현황 등 질환별 정보를 제공하며 치료의 전주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의미있는 서비스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레어노트는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와 보호자들이 가장 꾸준히, 능동적으로 사용하는 앱 서비스로 거듭났다. 올해 1월 기준 레어노트는 안드로이드 기준 앱 재방문율 톱 150위 안에 진입했다. 희귀난치성질환 환자와 보호자들로만 이뤄진 활성 사용자 수는 8000명에 육박한다. 이 밖에 마미톡은 임신 기간 초음파 영상을 제공하고, 육아 커뮤니티·커머스 기능을 더하면서 출시 2년도 되지 않아 40만명에 가까운 실사용자를 확보했다.
◇ “카카오 손잡고 국내서 글로벌로, 희귀질환자서 일반인도”
휴먼스케이프는 카카오의 투자를 계기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장 대표는 “(휴먼스케이프는) 카카오가 헬스케어 분야 진출을 위해 투자한 첫 회사”라며 “이번 투자를 계기로 해외에서도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먼스케이프는 이미 마미톡을 인도네시아에 서비스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레퍼런스를 차근차근 쌓아 나가고 있다.
향후에는 희귀난치성 질환자를 넘어 일반인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장민후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건강한 사람들도 개인 데이터에 기반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영위하며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며 “건강한 사람들은 환자에 비해 데이터 제공 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휴먼스케이프는 마미톡을 통해 신생아 유전자 정보부터 엄마, 아빠의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를 쌓아 나가고 있다”며 “여기에 전 국민과의 접점을 지닌 카카오와 협력하면 의미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