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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갤러리] 집, 주소 대신 내민 것…김한나 '사용자이름 901'

오현주 기자I 2021.11.10 03:30:00

2020년 작
공간에 대한 기억들로 엮은 ''도시''
오브제·애완묘·숫자 등 들인 화면
기억불확실성 배려한 작품명까지

김한나 ‘사용자이름 901’(Username 901), 캔버스에 아크릴·오일파스텔, 154×154㎝(사진=금산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위에서 내려다봤을까, 앞에서 들여다봤을까. 무질서한 구획에 통일성을 잃은 색, 가로로 세로로 쓱쓱 그은 선들이 만든 것은 ‘도시’의 단면이다. 젊은 작가 김한나(25)가 공간에 대한 기억들로 엮은 도시.

작가의 작업은 무작정 구획화한 장소를 드러내려는 게 아니다. 공간 기억의 목적이 마치 추억을 재구성한 듯 보이니까. “내 작업은 자주 이사를 다녔던 예전 집을 기억해내고자 하는 강한 욕구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생활의 흔적, 오브제, 애완묘, 숫자나 문구 등이 들어간 화면이 그 방증이다. ‘사용자이름 901’(Username 901·2020)이란 작품명은 그 기억의 불확실성을 배려한 것일 터. “집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만들 때 나를 가장 솔직하고 자유롭게 만드는 바로 그 불확실성”이라고도 했다.

12일까지 서울 중구 소공로 금산갤러리서 제스 베이지 김, 민준홍, 샘 반 스트리언과 여는 4인 기획전 ‘도시의 기록-하이브리드 아티스트’(Urban Record-Hybrid Artists)에서 볼 수 있다. 이제 막 작가의 길에 나선 MZ세대의 신선한 ‘붓질’을 처음 선뵈는 전시다. 움직임에 대한 인간 내면의 호기심(제스 베이지 김), 도시 삶을 사는 인간 욕구에 대한 탐구(민준홍), 시간의 흔적을 남긴 건축물의 흔적(샘 반 스트리언)까지 살핀 도시 안팎의 탐색을 30여점으로 내놨다.

민준홍 ‘유토피아 콤플렉스’(Utopian Complex 1·2021), 종이에 아크릴·펜, 60×60㎝(사진=금산갤러리)
샘 반 스트리언 ‘무늬가 된 언어’(A Pattern Language·2021), 합판에 검은 종이·레이저컷 조각·파스텔마찰, 56×38 ㎝(사진=금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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