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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예고되면서 올해 초부터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클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여기에 수학 1등급에서 ‘확률과 통계’ 응시생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5% 미만이 될 것이란 전망이 보태지면서 ‘문과생 불리’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은 지난 달 6월 모의평가 채점결과를 발표하면서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등급 내 선택과목별 분포 인원·비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평가원 관계자는 “선택과목별 성적 정보를 공개할 경우 적성·진로보다는 어느 쪽으로 가야 점수를 더 잘 딸 수 있을지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교사들은 현장을 무시한 답변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사는 “평가원이 명확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혼란을 키우고 있다”며 “학생들도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한 뒤 과목을 선택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무 교사도 “평가원이 정보를 비공개하면 사교육으로 몰릴 수밖에 없고 사교육 의존도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과생 중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학생이 속출할 것이란 점도 교사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걱정 중 하나다. 서울의 일반고 3학년 교사는 “수시에서 문과생들이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과생이 수학에서 1·2등급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생겨난 우려다. 예컨대 고려대 학생부종합전형(학업우수형)의 경우 ‘수능 국어·영어·수학·탐구영역의 등급 합이 7 이내’여야 합격이 가능하다. 수학에서 3등급 이하를 받을 경우 나머지 영역에선 모두 1등급을 받아야 합격할 수 있다. 교사들이 “수험생 본인이 몇등급을 받게 될지 예측할 수 있게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이과생 상위권 학생들이 문과를 지원하는 교차지원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가 6월 모의평가에서 수학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수험생 35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31%가 ‘인문계 교차 지원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는 “이과생 중 수학 점수가 높은 학생은 경제·경영 등 인문계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며 “문과생들은 가뜩이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입시에서도 불합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과생 중에선 3학년 1학기 때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이 드물어 자연계로 교차지원하기 어렵고, 문과생의 자연계 지원을 허용하는 대학·학과 수도 제한적이다. 반면 이과생은 반대로 지원 폭이 확대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도 “문·이과 통합 수능체제에선 이과생들의 수학 표준점수가 상향 조정되고 있어 대학 레벨을 높여 인문계를 지원한 뒤 합격 후 자연계를 복수 전공하려는 학생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