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관리도 자기개발“...자기개발로 건강 챙기는 MZ세대

권보경 기자I 2021.03.27 00:25:46

비타민·유산균 등 영양제 챙겨 먹는 MZ세대 늘어
홈트·걷기·등산으로 건강 관리 매진
MZ세대는 '스스로의 성장' 중요시하는 특성 있어
전문가 "확실한 성취감 느끼기 위해 '나' 가꾸는 것“

”사회의 틀에 맞춰 나를 바꾸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해 성장하는 과정이 자기개발이라고 생각해요.“

대학생 김민경(25·여)씨는 평소 건강 관리에 열심이다. 매일 아침 비타민C·D와 철분, 유산균 총 4개의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

김 씨는 작년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건강 관리의 필요성을 느껴 영양제를 먹기 시작했다. 그는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먹는다“며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꾸준히 먹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유는 건강 관리도 자기개발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각종 영양제 섭취 외에도 일주일에 서너 번 1만보 걷기 운동을 한다. 김 씨는 ”건강은 나 밖에 챙길 수 없지 않냐"며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건강은 기본이므로 건강관리도 일종의 자기개발“이라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자기개발의 일환으로 건강 관리에 나선 MZ세대가 늘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 2월 발표한 'MZ세대의 여가 생활과 자기개발 트렌드'에 따르면 MZ세대가 자기개발이라고 생각하는 활동으로 ‘신체 건강 관리’가 72.2%로 2위를 기록했다. MZ세대가 경험한 자기개발 분야도 ‘운동·스포츠’가 39.4%로 1위였다.

MZ세대의 건강 관리 방법은 영양제 섭취·홈트레이닝(홈트)·걷기·등산 등 다양하다. 관련 업계는 증가한 MZ세대의 관심을 실감하고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과거 자기개발은 학점·자격증 취득·외국어 공부 등 취업 등을 위한 ‘스펙 쌓기’가 주요했다. 자신의 성장을 중요시하고 확실한 성취감을 원하는 MZ세대의 특성이 반영돼 자기개발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성분, 가성비 꼼꼼히 따져 영양제 골라요



(사진=이미지투데이)


건강 관리에 나선 MZ세대는 영양제를 고를 때 성분과 함량을 꼼꼼히 따져 구매한다.

직장인 손영수(28·남)씨도 건강 관리를 위해 매일 10종의 영양제를 먹는다. 비타민C·D, 루테인, 마그네슘, 칼륨, 알파리포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손 씨는 영양제를 구매할 때 해외직구 사이트를 애용한다. 그는 ”처음엔 해외직구가 번거롭지만 익숙해지면 ‘가성비’ 좋은 외국 제품들을 싸게 구매할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 김형환(28·남)씨도 유산균, 마그네슘 영양제를 규칙적으로 챙겨 먹는다.

그는 ”구매할 땐 성분과 함량을 꼼꼼히 본다“며 ”인터넷에서 주문하거나 집에서 TV를 보고 홈쇼핑으로 제품을 구매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영양제 등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MZ세대의 관심을 실감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지난해 2030세대의 건강식품 구매율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TV홈쇼핑 주 고객층인 4050의 구매 증가율보다 높다. 또 최근 3년간 건강식품 판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홍삼·녹용 등 전통적 건강식품에서 비타민, 유산균, 프로폴리스 등의 면역 강화 제품 등으로 상품군이 다양화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MZ세대를 겨냥해 비타민, 칼슘 제품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홈트·등산으로...꾸준히 운동하며 자기개발

코로나19 확산으로 헬스장 등의 실내 운동 시설 이용이 쉽지 않으면서 MZ세대가 찾은 대안은 홈트(홈트레이닝)과 등산이다.

대학생 권민경(23·여)씨는 집에서 비대면 강의를 듣고 여가 시간엔 홈트에 열중한다. 권 씨는 ”홈트를 매일 하면 처음엔 힘들었던 동작도 점점 익숙해진다. 동작이 쉬워지면 성취감이 크다“고 했다. 이어 ”자기개발은 취미를 즐기거나 내가 하면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건강관리도 당연히 자기개발“이라고 했다.

등산을 즐기는 MZ세대가 늘면서 등산 초보자들을 일컫는 ‘등린이(등산+어린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등린이를 해시태그로 단 게시물은 11만개를 넘어섰다.

작년 11월 태백산을 등반한 남은지(왼쪽)씨, 올해 3월 노고산에 오른 현지연씨. (사진=남은지, 현지연씨 제공)


남은지(30·여)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등산을 시작한 등린이다. 남 씨는 등산이 다른 운동에 비해 짧은 시간에 큰 성취감을 준다고 한다. 동시에 상쾌한 공기와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어 기분이 좋아진다고 전했다.

남 씨는 ”이전에는 자기개발서를 많이 읽고 내 삶을 대입하며 자기개발을 하려 했지만 사람마다 생각도, 생활패턴도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내게 맞는 자기개발을 고민하다 찾은 것이 바로 등산을 통한 건강관리“라고 설명했다.

현지연(여·31)씨는 등산을 시작한 지 9년차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본격적으로 높은 산을 등반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현 씨는 등산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는 ”등산을 하며 자아가 단단해지는 것을 느낀다“면서 "정신적인 성장도 자기개발"이라고 했다.

이러한 유행을 반영하듯 아웃도어 업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아웃도어 업계는 작년 3월부터 등산이 유행하며 MZ세대의 유입이 늘었고, 코로나19에도 큰 피해를 보지 않고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매주 1-2회 등산을 즐긴다는 장효선(여·32)씨도 ”일상복보다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이 더 많을 정도로 관심이 많다“고 했다.

네파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대표적인 아웃도어 브랜드다. 올해 3월 MZ세대를 위한 C-TR 3.0라인을 런칭했다.

네파 관계자는 ”기존 아웃도어 제품 디자인은 절개 라인이 많고 쨍한 컬러였지만 MZ세대가 좋아하는 단순한 배색으로 스타일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아노락·조거팬츠·숏팬츠 등 MZ세대가 좋아하지만 아웃도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스타일도 올해 처음으로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MZ세대는 스스로의 성장 중요시해...확실한 성취감 원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MZ세대가 건강관리를 자기개발의 일환으로 받아들이는 이유에 대해 "MZ세대는 스스로의 성장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MZ세대는 남들의 시선과 관계없이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한다"며 "건강관리를 통해서도 스스로 성장한다고 느껴 자기개발의 일환으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신지연 대학내일20대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코로나로 인해 대학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대외활동도 줄어 MZ세대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 크게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신 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쉽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인 '나'에게 초점이 가게 된다"며 "확실한 결과와 성취감을 얻기 위해 자신을 가꾸는 일에 더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MZ세대는 '좌절하기 싫어하는 세대'로 성공하기 어려운 목표는 더 작은 목표로 쪼개서라도 성취감을 꼭 얻으려고 한다. 최근 '루틴 만들기'가 유행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권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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