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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사회] 마음대로 정보유출…보안서약 무시하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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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락 기자I 2020.10.11 00:35:00

국방위, 정보위 등 상임위원들 보안서약, 비밀준수 의무 부
구체적 규정, 처벌조항 없어 실효성 부족
민감 정보 유출에 주한미군 사령관도 우려 표명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법과사회]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법과 사회’에서는 사회적 갈등, 논쟁과 관련된 법을 다룹니다.

국회는 최근 군 관련 기밀 유출 논란을 겪었습니다. 서해 공무원 북한 피격 사망 사건으로 국방부 등 당국으로부터 받은 보고를 외부에 유출하는 사례가 나온 까닭입니다. 국회 상임위 가운데 국방위원회, 정보위원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등은 안보 기밀을 다룰 수 있어 보안서약을 맺고 상임위원으로 지정되지만 현실에서는 이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국회의원은 법 안지켜도 되나

대한민국 국민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국회의원들은 개별 주체가 모두 헌법기관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예외 적용을 많이 받습니다. 국회 상임위 활동 중 얻은 정보를 외부에 함부로 유출하는 행태도 그런 예외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국방부의 군 관련 정보를 받는 국방위원회나 국가정보원의 보고를 받는 정보위원회는 회의 내용의 특성상 보안 유출의 위험이 늘 있습니다. 군이나 국정원이 안보상 기밀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국회는 국회보안업무규정을 근거로 국방위원들에게 2급 비밀 취급 인가권을 주고 기밀정보 등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보안서약까지 맺게 합니다. 정보위원회의 경우에는 국회법 54조 2항에 따라 회의를 비공개로 하고 비밀유지 의무를 부과합니다.

그러나 별도의 처벌조항도 없고 단지 “비밀을 지키라”는 규칙 준수 명령뿐이라 보안서약이나 비밀유지 의무규정은 그다지 실효성이 없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때로는 정쟁을 목적으로 내부 비밀 정보를 외부에 함부로 알리고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SI 자체 밝히면 안돼”... “너무 옥죈다”

지난 4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북한 상부에서 ‘762 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정보를 공개한 뒤에는 국방부가 공개적으로 유감 표시를 하기도 했습니다. 정보의 내용을 떠나 이같은 정보를 공개하는 것 자체가 우리 군의 첩보수집 자산을 노출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주 원내대표가 정보 출처에 대해서는 “국방부와 국가정보원 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특수정보(SI)에 근거한 건지는 모른다” 등 애매한 설명을 내놨지만 국방부 유감 표명만 봐도 군 관련 첩보를 누설했다는 것은 대체로 사실로 보입니다. 서욱 국방장관에 따르면 SI 노출에 대해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마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같은 정보 유출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보안 인식 자체도 떨어집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6일 국방위 국감에서 민주당이 주 원내대표 발언을 문제 삼자 오히려 “면책특권”을 말하는가 하면, “권위주의 시대도 아니고 너무 옥죄려고 한다”며 정보 공개 행위를 옹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군의 사정을 잘 아는 장성 출신의 같은 당 한기호 의원은 “SI 자체를 밝혀서는 안된다”며 여야 의원을 가리지 않고 군 정보를 함부로 외부에 공개하는 행태를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시스
국민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군 관련 정보라도 알려야 할 필요성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과거 권위주의 독재정부의 비밀주의가 끼친 해악을 고려하더라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아무런 기준도 없이 여야가 적당히 합의해 정보 일부를 공개하거나, 일부 의원들이 돌출 발언을 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는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정보위원회 청문회 등에서 나온 기밀이 외부 유출되면 윤리위원회가 이를 조사하도록 하고 해당 정보를 국회 내 의원들 사이에 공유하는 것조차 제한합니다.

우리 국회는 이같은 규칙과 기준이 미비할뿐만 아니라 그나마 있는 약속도 국회의원들이 잘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입법기관이라는 지위가 부끄럽지 않도록 국회가 비밀정보 공개에 대해 상세한 정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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