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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하얀 틀을 올린 나무상자에는 제법 눈에 익은 물건이 들어 있다. 열쇠, 클로버잎, 연필 등등. 박제된 기억상자라고 할까. 물론 누구에겐 별 소용도 없을 물건을 이렇게까지 묻어둔 데는 이유가 있겠지.
작가 홍지희(34)는 눈으론 볼 수 없는 삶의 의미를 직접 만져지는 형태로 드러내는 작업을 한다. 대개 보이는 사물에 가치를 부여하는 행태와는 정반대인 셈이다. 작가가 작품에 부여한 특별한 의미는 소재에서도 드러난다. 정형화한 조형성이 아닌, 작가만의 기준으로 골라낸 리사이클 재료, 다시 말해 이미 효용을 다하고 버려진 오브제를 들였다는 거다. 오로지 자신만의 소중함을 품어주는 장치라고 할까.
그런데 아니다. 사실 그 이상이었다. “보이는 것에만 시선을 뺏기지 않고 타인에 대한 공감의 차원에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얘기해 보려” 했다니. 한글타이틀이 ‘보석함’(Childhood·2019)인데 영문으론 ‘차일드후드’, 유년시절이라 붙여뒀다. 다른 맥락이지만 잘못된 연결은 아니지 싶다. 그 시절을 담아낸 상자가 결국 인생에서 가장 귀하다는 의미일 테니.
10월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58길 이길이구갤러리서 여는 초대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볼 수 있다. 나무에 혼합재료. 35×24㎝. 작가 소장. 이길이구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