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소금물한테는 하찮은 바이러스에 불과합니다. 소금에 닿는 순간 바이러스는 터져 죽습니다. 그러므로 몸에 염도를 유지하기 위해 소금을 먹어야 합니다.”
김진환(가명·31)씨가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받은 내용이다. 이같은 내용을 보낸 이는 다름 아닌 60세 어머니였다. 김씨는 “어디서 받으셨냐고 하니 친구분들이 보내셨다고 한다”면서 “경제활동도 하시고 연세가 그렇게 높으신 것도 아닌데 왜 그런 글을 믿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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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데믹으로 엉터리 소독, 화장지 사재기까지
이 엉터리 소금물 방역은 인포데믹(infodemic)의 대표 사례가 됐다. 정보(information)와 유행성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로, 잘못된 정보나 악성 루머가 매우 빠르게 확산하는 정보전염 현상이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항생제 복용, 폐렴구균 백신 맞기부터 마늘 먹기, 안티푸라민을 인중에 바르기, 구강소독제로 발 씻기까지 지금도 여러 단톡방에서 옮겨지고 있는 가짜정보다. 해외에서는 마스크와 화장지가 같은 원료로 생산되기 때문에 곧 화장지도 떨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화장지 사재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짜정보 상당수는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언뜻 그럴듯한 부분도 있다. 왜 이런 정보를 믿고 전달하게 되는 걸까? 또 매일 정보가 쏟아지는 가운데, 인포데믹을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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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백신이 없는 신종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공포는 크고 해결책은 절실하다. 발생 직후에는 전문가들이 전하는 정보가 부족하다. 여러 정보가 알려졌다가 논의 및 확인과정을 거친 후 정정되기도 한다. 또 보건당국의 공식 예방수칙이 있지만 불안감에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마련이다.
특히 고령이거나 디지털기기 사용이 서툴러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계층은 소수 정보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대화방에서 ‘받은 글’이라는 설명과 함께 전해지는 정보에 반응하게 되는 이유다.
이런 글들은 나름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하지만 내용이 모호한 것이 특징이다.
앞서 언급된 소금의 효능을 설명하는 글에는 바다가 썩지 않고 거북이가 300년을 사는 이유, 각종 질병으로 숨진 사람들의 체내 염도가 낮다는 점 등을 끊임없이 나열하며 뒷받침한다. 널리 알려진 민간요법에 기대기도 한다.
두 번째로는 출처가 명확하지 않다. 신뢰성을 높이고자 전문가를 빌려 오는데 저자의 실명이나 소스는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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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의 효능 설명 끝에는 마치 논문이나 보고서를 인용한 듯 ‘인체와 소금-k.k.d’라는 출처가 따라 붙었지만 이 역시 근원을 찾을 수 없다.
반면 실명을 밝혔고, 실제 그 인물이 한 발언이 맞다면 적어도 학계에서 논의 중이거나 근거를 갖춘 발언일 가능성이 있다.
◇ 음모론으로 불안 부추긴다면 비판적 검토해야
세 번째로는 음모론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물품으로 병의 예방이나 치료가 가능하다면 알려지지 않기가 더 어렵다. 일정 시간은 걸리더라도 세계보건기구(WHO)나 보건당국에서 발표하는 공식지침이나 방송과 언론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낯선 정보에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보기 마련인데, 누군가가 이익 때문에 감추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의사들끼리만 쉬쉬하고 있는 내용’, ‘정부가 감추고 있기에 알리지 않고 있다’ 등이다.
글은 ‘전달’, ‘긴급’으로 시작해 ‘주변에서도 알 수 있도록 전달하자’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받아들일지 말지 판단하는 과정을 건너뛰고 확산부터 부추기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감염병 방어를 위해 애쓰고 있는 지금, 가짜정보 하나가 치명적인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보건당국과 각 지자체 공식 홈페이지 등 공식 채널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 출처가 불분명하고 불안감을 부추기는 정보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