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시가 내릴 때 청약하라'는 국토부

김용운 기자I 2019.07.01 04:00:00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공시가격 다시 떨어지면 무주택 자격 회복할 수 있으니, 그때까지 기다리라’는 게 국토부 답변이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아파트 청약가점에서 무주택 자격 조건을 시대 상황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이데일리 기사(6월 26일자 부동산면-자고 나니 ‘무주택 자격’ 박탈…날벼락 맞은 서민)를 보고 국토교통부에 관련 민원을 넣었다는 독자 A씨가 보내온 메일 내용 중 일부다.

A씨는 10년째 공시가격 1억원이 조금 넘는 빌라주택에 살아왔다. 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번듯한 새 아파트에 청약할 날만 기다리면서 말이다. 하지만 올해 1월1일부로 A씨의 집은 공시가 1억3000만원을 넘어섰다. 아파트 청약시 주택이 있어도 수도권에선 공시가격이 1억3000만원 이하면 무주택 자격이 주어져 가점이 높아진다. 하지만 A씨의 집은 한 번에 공시가가 큰 폭으로 올라, 무주택자 기준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청약가점제도는 2008년 처음 도입했다. 당시 전세보증금 몇억에 살고있는 세입자와 거래도 뜸한 동네에 저가의 소형 주택 한 채 가진 소유자 중에 누가 서민인가?라는 문제가 불거졌다. 결국 정부는 현실과의 괴리를 인정하고 ‘소형·저가주택’ 보유자를 무주택 세대주로 분류했다. 이 기준은 2015년 전용면적 60㎡ 이하, 공시가 1억3000만원(비수도권 8000만원)이하 주택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후 가파르게 오름세를 보인 공시가와 달리 청약가점제에서 ‘소형·저가주택’ 조건은 단 한번도 바꾸지 않았다. 매매도 거의 없는 소형·저가주택 한 채에 10년 넘게 살면서도 청약의 희망으로 버텼던 서민들은 정부의 의도적 공시가 인상에 무주택 자격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 독자는 국토부에 이러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해당 공무원은 ‘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라’는 식의 답변을 한 것이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을 또 한번 확인하게 돼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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