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퍼거슨 미국 스텟슨대 심리학과 교수는 10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달 WHO의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화 움직임에 사실상 한국과 중국 정부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퍼거슨 교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게임이용장애 연구자이자 권위자다.
이는 오는 20일부터 28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보건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보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이 최종 투표안건으로 올라 있는데, 사실상 분류에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게임을 ‘4대 중독물질’로 관리하자던 보건복지부와 일부 의학계에서 정치적 활동을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퍼거슨 교수는 특히 한국에서 WHO의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데 대해 정치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이미 정신의학의 과잉 의료 행위에 대해 지나치다는 우려가 존재하고, WHO 같은 국제기구를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미국인들은 ‘게임은 질병이다’라고 보는 것 자체를 어리석게 여기고 있고, 그에 관여하길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럽 역시도 독일이나 몇몇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게임 중독에 관한 이야기가 적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퍼거슨 교수는 게임중독 담론을 다루는 의학계 전문가 집단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신뢰할 만하지 않다면서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심리학회와 소아과학회와 같은 많은 전문가 협회가 게임에 관해 말할 때 공개적으로 부정직한 모습을 보이면서 스스로 신뢰를 훼손했다”며 “그들은 중립적인 조직이 아니라 전문성을 홍보하기 위해 존재하고 다른 분야를 깎아내리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고, 정부 대표들 또한 그들만의 의제를 갖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디어에서 비치는 게임과 관련한 과장된 주장을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퍼거슨 교수는 게임 중독 문제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한국 내에서 부처간 이견이 나타나는 점을 독특한 점으로 꼽았다. 그는 “미국 정부는 비록 막후에서는 싸움이 벌어진다 해도 겉으로는 단결된 모습을 보이고 싶어한다. 그런데 한국은 정부 부처끼리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나타내고 대립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의아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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