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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어느덧 1170원을 넘나들 정도로 급등(원화 약세)하고 있다. 국내 투자 심리도 이에 맞춰 요동치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이 이같은 환율에 베팅하는 것 자체가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현실을 방증하는 셈이다.
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72.50원까지 상승했다. 지난 3일 이후 3거래일 연속 1170원대를 넘은 것이다. 환율 고가가 1170원을 잇따라 웃도는 건 지난 2017년 1월 중순께 이후 거의 2년4개월 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 종가는 1169.40원으로 전거래일 대비 2.90원 상승했다.
원화 가치가 달러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의 불확실성이 워낙 커진 데다 예기치 못한 북한 미사일 이슈도 터졌기 때문이다. 거기에 올해 1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고꾸라진 충격도 환율 변동성에 반영되고 있다.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외에서 예측이 어려운 변수들이 워낙 많아 원·달러 환율이 위아래로 출렁일 수 있다”며 “1200원대로 더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투자 흐름도 급변하고 있다. 일단 안전한 달러화에 돈을 넣고 상황을 지켜보자는 심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이런 경향이 강해졌다는 게 일선 PB들의 설명이다.
최근 화폐개혁(리디노미네이션) 이슈도 자산가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예컨대 현재 1000원을 1원으로 바꾸는 등 화폐단위를 낮추자는 것인데, 이는 곧 원화 가치에 대한 불안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안전자산인 달러화 혹은 엔화 수요가 높아진 이유다.
강원경 KEB하나은행 대치동골드클럽 PB센터장은 “20년 넘게 PB 업무를 하다보니 화폐개혁도 몇 년에 한 번씩 반복되는 이슈”라면서도 “그럼에도 (자산가들은) 대내외적인 정책 등의 변화에 대한 불안 심리가 깔려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