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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불룩한 존재감. 세상을 향해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천천히 아주 조금씩 꿈틀댄다. 태초에 생명이 태어날 때 이랬을 거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포, 귀에 들리지도 않는 호흡, 이들이 하나둘씩 숨길을 틔우고 비로소 존재가 되는 과정.
작가 김갑진이 들여다본 우주의 모습이다. 작가는 작품에 대한 본질이 존재에 대한 물음과 연민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를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가 무한히 그어내는 선이란 거다. 이들을 수없이 반복해내야만 무한과 영원성을 표현할 수 있다고.
‘사물의 참다운 모습’이란 뜻을 가졌다는, 동명연작 중 한 점인 ‘물지정’(物之情·2018)은 작가의 철학대로 가늘고 섬세하고 무한한 선과 선을 수만 번 긋고 그어 완성한 작품. 서양물감을 쓴 유화인데 동양화에서나 볼 법한 구도자의 수행이 보인다.
3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에이블파인아트뉴욕갤러리 서울서 여는 초대전 ‘물지정’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53×45㎝. 작가 소장. 에이블파인아트뉴욕갤러리 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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