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디에이치자이 어디?… 강남권 '로또분양' 줄 잇는다

김기덕 기자I 2018.07.13 05:30:00

''개포그랑자이'' 하반기 분양시장 최대어 부각
평당 분양가 4200만원 예상… 시세차익 최소 4억
래미안 서초우성1차·디에이치반포 등 공급 잇따라
"분양가 규제가 로또단지 양산… 청약열기 더 후끈"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로 주택 매매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서울 등 수도권 분양시장은 여전히 청약 열기로 뜨겁다. 가장 핫한 곳은 국내 최고 입지를 갖춰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서울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다. 분양가 규제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재건축 분양 물량이 잇따라 나오면서 주말 모델하우스에는 수만명의 인파가 몰리고, 청약 단지마다 흥행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강남권에서 올 하반기 1만가구가 넘는 신규 공급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라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정부의 분양가 통제가 되레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가능한 로또 단지를 양산하는 ‘규제의 역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각종 규제로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많아진 만큼 올 하반기 강남권 분양시장도 청약 열기로 후끈 달아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개포그랑자이’, 개포 로또 청약 명맥 잇나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강남4구에서 분양될 아파트는 12개 단지, 총 1만1419가구다. 올 상반기 공급 물량(4171가구)에 비해 약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이처럼 하반기에 물량이 몰린 데에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시행 등 잇단 재건축 규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심사 강화 등으로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늦춘 영향이 크다.

신규 택지 부족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현저히 부족한 강남권에서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새 아파트가 공급되자 수요자들의 반응이 뜨겁기만 하다. 실제 올 상반기 강남4구에서 공급된 6개 단지는 대부분 두자릿수 이상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이며 1순위 마감했다.

올 하반기 강남권 분양시장 최대어로는 오는 11월 분양 예정인 ‘개포그랑자이’(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아파트)가 꼽힌다. 2016년 ‘디에이치아너힐즈’(옛 개포주공3단지)→ 2017년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옛 개포시영아파트)→ 2018년 상반기 ‘디에이치자이 개포’(옛 개포주공8단지)에 이어 하반기 로또 단지의 바통을 이을 신규 아파트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들 로또 단지는 강남에서도 집값이 가장 비싼 개포동에 속한데다 주변에 훌륭한 교통·교육·상업시설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분양가와 주변 아파트 시세를 감안하면 준공 후 최소 4억~5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가능한 것도 매력적인 요소다.

개포그랑자이는 총 3343가구로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239가구에 불과하다. 그만큼 청약 경쟁이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이 아파트의 예상 분양가는 3.3㎡당 평균 4200만원대다. GS건설 분양 관계자는 “HUG에서 분양가를 인근 지역 평균 분양가나 평균 매매가격보다 10% 넘게 올리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고 있어 가격 책정을 놓고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서 분양한 디에이치자이 개포 수준으로 분양가가 정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경우 전용면적 84㎡(33평)형 분양가는 14억5000만원 선이다. 인근에서 내년 2월 입주하는 개포 래미안블레스티지(옛 개포주공2단지) 전용 84㎡형은 지난해 12월 18억208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시세는 21억7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분양가 책정 문제로 사업 연기 가능성도…“묻지마 청약은 금물”

이밖에도 올 하반기에 서초구 ‘디에이치반포’(옛 삼호가든맨션3차)·‘래미안 서초우성1차’(옛 서초우성1차), 강남구 ‘상아2차래미안’(옛 상아2차) 등 강남 요지의 재건축 단지들이 줄줄이 공급될 예정이어서 예비 청약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삼성물산이 다음달 서초구 서초동에서 선보이는 래미안 서초우성1차의 예상 분양가는 3.3㎡당 4250만원 선. 지난해 9월 인근 잠원동에서 분양한 ‘신반포센트럴자이’(옛 신반포6차)의 일반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아파트는 올 1월 전용 114㎡짜리 입주권이 25억5000만원(3.3㎡당 약 5420만원)에 팔렸다. 따라서 래미안 서초우성1차에 당첨되면 3.3㎡당 1200만원가량의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건설이 당초 8월 공급하기로 했던 디에이치반포는 11월로 분양이 연기됐다. 분양가 산정 문제 등을 놓고 시공사와 조합이 줄다리기를 하면서 분양 일정이 늦춰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면 청약 당첨자에게는 로또가 될 수 있지만, 조합원 입장에서는 추가분담금이 늘어나고 개발이익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적정 분양가를 둘러싸고 조합원의 반발이 거세면 사업이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남권의 경우 대부분 물량이 분양가 기준 9억원을 초과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데다 최근 계약금도 20%인 곳도 적지 않아 청약에 앞서 자금 조달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며 “수십대 1의 바늘구멍을 뚫고 당첨되더라도 자금 조달 부문을 철저히 조사하기 때문에 여유자금 없이 무리하게 뛰어드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주변 시세보다 싼 아파트 분양이 잇따르면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로또 분양’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문을 연 서울 강동구 ‘고덕자이’ 아파트(옛 고덕주공6단지) 모델하우스가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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