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넉 달 만이다. 남북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타면서 금강산·개성관광 사업권자인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21일 북한 핵실험 중단 발표는 2008년부터 올스톱 상태인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에 더욱 기대감을 높인다.
현대그룹 내 금강산관광사업을 전담해온 현대아산 측은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시기상조라는 설명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오는 4월 27일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은 논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길잡이 회담’ 성격을 띠고 있어 첫 단추를 어떻게 꿰냐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판도가 크게 좌우될 수 있다”며 “금강산관광 사업 등 대북경협사업 재개 등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이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도약 절실한 현대그룹
올해는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지 20년, 중단된 지 10년을 맞는 해인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역시 대북사업 재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 간의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은 반드시 현대그룹에 의해 꽃피게 될 것”이라면서 “남북 교류의 문이 열릴 때까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담담하게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2003년엔 현 회장의 남편인 정몽헌 회장이 불법 대북송금에 연루돼 투신을 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7월 11일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 초병이 쏜 총탄에 의해 사망하면서 지금까지 전면 중단됐다.
현대그룹은 현재 반전의 카드가 절실한 상황이다. 현대그룹은 사실상 현대엘리베이터가 홀로 지탱하고 있다. 최근 몇 년에 걸친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알짜배기 계열사인 현대증권과 현대상선 등을 모두 잃었다. 한때 재계 1위까지도 올랐지만 이제 자산규모 2조 원 수준의 중견그룹 신세가 됐다. 유일한 기둥인 현대엘리베이터마저 최근 글로법 기업들의 국내시장 진출로 점유율을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사업 재개는 악화일로를 치달았던 경영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2005년부터 연평균 30만명 금강산 관광시대를 열면서 관광 코스뿐만 아니라 뒤늦게 문을 연 개성관광도 인기였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직전인 지난 2007년 관광객 규모는 34만5006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은
최근 흐름은 긍정적이지만 무작정 낙관만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경협 재개가 본격화하기 위해선 유엔 결의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먼저 해소돼야 한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는 북한과의 합작사업 또는 협력체의 설립·확장 등을 모두 금지하고 있다.
또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의 사과와 함께 이른바 ‘3대 선결조건’도 필요하다. △박왕자씨 피격사건 진상규명 △재발방지 △관광객 신변안전이 그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2009년 현정은 회장이 방북길에 올랐을 당시 김정일 전 위원장이 이미 유감을 표명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며 “잇달아 열리는 회담에서의 결과가 금강산 재개의 향방을 가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8월4일 현 회장이 방북길에 오를 수 있지도 관심사다.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에도 매년 금강산에서 고 정몽헌 명예회장 추모행사를 열어오다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문을 닫으면서 중단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방북이 이뤄지면 금강산 지역 관광시설물 등에서 점검을 함께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