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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암호화폐)가 일확천금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도박과 같이 중독증세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8642건이었던 도박 중독과 관련된 상담 건수는 하반기 1만871건(12월 27일 기준)으로 25.79% 증가했다. 도박 문제를 상담하다 가상화폐까지 상담하는 경우 등이 최근 늘어 증가 폭이 커졌다. 임정님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예방교육과 과장은 “중독 상담건수가 보통은 상반기와 하반기 큰 변동이 없는데 올해 하반기 상담건수가 유독 크게 증가했다”며 “홍보활동 강화와 가상화폐까지 상담이 이어지면서 상담건수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매매 중독을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게 문제다. 임 과장은 “많은 이들이 가상화폐 매매에 몰입하는 것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가상화폐 중독의 심각성을 이야기한 후에야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상담과 치료를 받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짧은 시간에 급등락하는 가상화폐의 특성이 중독에 빠지게 하는 큰 원인이다. 쉽게 큰돈을 벌고 싶은 욕구와 짜릿한 스릴을 즐기고 싶은 욕구, 그리고 현실 문제의 압박감을 잊고 싶은 욕구가 합쳐져 가상화폐에 빠지게 된다. 임 과장은 “가상화폐에 쉽게 중독되는 이유는 매매 방법이 쉽고 가격 급등락이 빠른 시간 안에 이뤄져 단기간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는 환상 때문”이라며 “이는 다른 도박이 가지고 있는 중독 원리와 매우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매매에 빠진 일부는 본업은 물론 가정이나 직장마저 뒤로하고 매달리고 있다. 연말 가상화폐 중 하나인 리플이 3500원 남짓 하루만에 2배 가까이 급등했다 고점 대비 30% 남짓 급락하는 등 변동폭이 확대되면서 매매 호가창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연말 휴일임에도 아예 외출조차 하지 않았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가상화폐 게시판에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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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과장은 “본인, 가족 및 대인관계의 갈등과 재정적·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로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가상화폐 투자를 한다면 중독이라고 볼 수 있다”며 “처음 급등했을 때 느꼈던 쾌락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더 큰 급등을 해야만 채워지기 때문에 중독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청소년들이 가상화폐 매매 중독에 빠져들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까지 가상화폐 매매는 미성년자 법정대리인 동의가 필요 없어 나이 상관없이 거래를 할 수 있었다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1월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가상화폐 중독 위험을 알리는 활동을 했고 법적 제어 방법도 강구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교육청을 통해 학교에서 가상화폐 중독 위험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임 과장은 “외부 자극에 쉽게 반응하는 청소년들은 가상화폐에 성인보다 더 심각하게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며 “학업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성인이 된 후 다른 도박에 빠질 위험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가상화폐 투기를 잠재우겠다며 거래 실명제 등 가상화폐 매매 규제안을 발표했다.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과 업비트는 미성년자 거래 금지, 투자자 예치자산 보호장치 마련 등 규제와 보호 방안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