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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녹차캔이 우뚝 섰다. 이름 하여 ‘아리조나’. 인삼에 꿀까지 들었단다. 하지만 압권은 내용물보다 캔을 휘감은 붉디붉은 매화. 동네 강아지들이 이 광경을 구경하러 나왔다. 이쯤 되면 영락없이 꽃·동물을 그린 화훼영모화 중앙에 캔이 박힌 모양이다. 덕분에 그럴듯한 작품명을 얻었다. ‘육구관홍매도’(2010).
작가 김신혜는 일상에서 늘 접하는 병·캔 등을 타깃으로 삼아 ‘튀는’ 동양화를 그린다. 생수병 옆으로 산을 놓기도 하고 샴페인병 사이론 꽃나무를 곁들인다. 쉬운 소재라고 그리기까지 쉽진 않다. 깊은 색감을 내려 연한 물감을 수십 번 그어낸다니.
여기서 재미있는 포인트 한 가지. 캔에 감긴 홍매화는 원래 캔에 그려 있던 거다. 갇힌 것보다 밖으로 나온, 인공자연보다 순수자연을 보란 뜻이다. 모르는 새 빠져든 소비문화를 벗어나란 의미기도 하고.
내달 29일까지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리나갤러리서 여는 기획전 ‘챕터 2’에서 볼 수 있다. 장지에 채색. 91×73㎝. 작가 소장. 리나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