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김상열(56. 사진) 호반건설 회장은 왜 SK증권 인수전에 뛰어 들었나?
호반건설이 SK증권 매각 인수전에서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 3곳에 포함되면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증권의 매각 주간사인 삼정KPMG는 최근 호반건설과 케이프투자증권, 큐캐피탈파트너스의 3곳을 숏리스트에 선정하고 이달 25일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기업이 성장을 위해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호반건설의 SK증권 인수 시도에 IB업계가 특별히 관심을 집중하는 이유는 김 회장의 그간의 행보 때문이다.
김 회장은 M&A시장에서 단골손님으로 꼽히고 있다. 광주 태생의 김 회장은 28세에 호반건설을 설립해 가성비 높은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등 경영 능력을 발휘해 사업 기반을 닦았다. 2001년부터는 경기도 여주 스카이밸리CC를 시작으로 M&A에 나섰다. 2010년 미국 하와이 와이켈레CC 등 골프장사업을 인수했고 2011년에는 광주·전남지역 민영방송인 KBC광주방송을 품에 안았다. 이후 2014년 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겪은 금호산업의 지분을 5.16% 매수하면서 시장에 널리 이름을 알렸다. 당시 김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할뻔 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에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울트라건설을 인수했다.
연매출액 4조원대의 오늘날의 호반그룹을 일군 바탕에 M&A가 깔려 있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이번 인수도 이같은 M&A를 통한 성장 전략의 연장선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호반그룹의 주력 사업인 건설업은 자금 조달이 성패의 관건"이라며 "SK증권을 인수하면 기존 건설 사업과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반그룹은 SK증권 인수에 필요한 현금도 풍부하다. 지난해 기준 호반건설의 현금성 자산은 4457억원이며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도 1조1316억원에 이른다. 자기 자본도 1조2260억원에 달하며 부채비율도 18.6%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다 1조원이 넘는 개인 자금 동원 능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김 회장은 시장에서 '현금부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사실 호반건설의 금융업 진출은 새로운 게 아니다. 김 회장이 현 호반건설의 모태인 여신전문업체 현대파이낸스를 1996년에 설립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현대파이낸스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2000년 호반건설로 이름을 바꾼 후 주택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호반건설이 100% 출자한 신기술금융회사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 설립을 통해 금융투자업에 발을 들였다.
그렇지만 M&A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2014년 말 호반건설업은 금호산업 인수전에 실패했지만 금호산업의 주식 205만주를 대량 매집했다가 3개월 만에 되팔아 300억 원 상당의 차익을 얻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호반그룹의 규모를 감안하면 SK증권 인수는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면서도 "SK증권 인수를 매끄럽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K증권은 SK그룹의 계열사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 제한 규정에 따라 SK그룹이 SK증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대상이 되기 때문에 매물로 나왔다. 매각대상은 SK가 보유한 SK 증권 지분 10.04%로 SK증권을 인수할 경우 증권업에 최초로 진출하는 건설사가 될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자금력과 대주주 적격성 등 두 회사를 인수하기 위한 호반건설의 자격 조건은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며 “다만 호반건설이 얼마만큼의 진정성을 가지고 인수전에 임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반그룹측은 "금융업에 오래 전부터 관심이 있었고, 그 일환으로 신기술금융회사인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를 설립했다"며 "이번 SK증권 인수는 사업 다각화의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