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알짜 공공기관 부지 잡아라"… 강남 '큰 손 투자자' 기웃

김기덕 기자I 2017.06.12 05:00:00

국토부 주최 '공공기관 부동산 투자설명회' 북새통
강남구 산업기술평가관리원 등 15곳 매물로
매각액 총 1조2000억 달해… 부지 34만9275㎡
부동산 시장 호황 기대에 개인투자자도 관심
富 과시 위한 '트로피 자산' 활용하는 경우도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부동산시장 호황 속에 알짜배기 땅으로 소문난 수도권 공공기관 부지를 마지막으로 매각한다고 해서 시간내 찾아왔습니다. 서울 강남권에 있는 건물을 낙찰받아 임대를 주거나 현재 도심 외곽에 있는 본사 이전도 고려 중입니다.”(경기도 A제조업체 사업부 담당자)

지난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 3층 불스홀.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이날 ‘종전부동산 투자설명회’는 오후 2시로 예정된 설명회 시작 30분 전부터 220석 전 좌석이 발디딜 틈 없이 꽉 찼다. 건물 임대사업을 하는 건설사와 부동산 개발사(디벨로퍼), 금융사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머리가 희끗한 노인에서부터 정장 차림의 30~40대 청·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인 현장은 투자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행사 주관사인 젠스타 관계자는 “과거에는 건설사나 임대사업을 하는 기관투자자들이 많았는데 최근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자 100억원 내외 건물들을 매입하려는 강남쪽 큰 손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며 “공공기관 부지는 대부분 교통도 편리하고 생활 인프라도 풍부한 도심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2~3년만 지나면 30% 가량의 몸값이 오르는 건물들도 많다”고 전했다.

◇ 수도권 공공기관 부지 15곳·총 1조2000억 매물로

종전부동산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세종시와 혁신도시 등 지방으로 이전하는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청사 등의 건축물과 부지를 말한다. 정부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 의뢰한 120곳의 공공기관 부지 중 이미 105곳은 팔렸으며, 현재 15곳에 대한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서 매물로 나온 15개 종전부동산 부지는 총 부지 34만9275㎡(연 면적 30만1944㎡), 매각 금액은 총 1조1650억원 규모다. 서울지역에 있는 종전부동산은 △서울 서초구 한국교육개발원(연 면적 1만2353㎡)·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1만3562㎡)·한국인터넷진흥원(3692㎡) △강남구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2728㎡) △마포구 신용보증기금(3만530㎡) △구로구 한국산업단지공단(2만7495㎡) △종로구 한국광해관리공단(2만856㎡) 등 7곳이다.

이 중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지하철 2호선 선릉·역삼역이 도보로 10분 거리인 더불역세권에 들어서 있다. 오피스 등 업무시설 밀집지역에 있어 주변에 호텔·상업시설 등이 풍부하다. 이 건물 전체 21개층 중 11~13층 업무동 3개층이 매각 대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층별로 분할 매각이 가능해 투자 리스크는 적은 편”이라며 “전체 매각 최소 예정금액은 131억8900만원 수준으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서초구 양재동 노른자 땅에 있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상 15층 건물 중 6~15층의 사무동 10개층(703억5000만원)을 매물로 내 놨다. 다만 이 건물은 농수산물 관련 사무소 또는 점포로 운영해야 하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다.

수차례 유찰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인터넷진흥원은 지하철 2호선과 신분당선이 지나는 강남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을 정도로 교통이 좋다. 지상 19개층 중 2층만을 매물로 내놨다. 매각금액은 최소 131억9700만원. 하지만 이 건물은 이미 26차례나 매각에 성공하지 못하고 유찰된 바 있다. 매각 대행사 관계자는 “입찰 참여자가 저조해 매각 금액이 낮아지면 공공기관 지방 이전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감정가액 이하로 팔 수는 없을 것”이라며 “잔금 분할 상환 연장 등 매각 조건을 일부 완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 수차례 매각 불발 사례도…용도 변경 등 규제 완화 기대

이날 행사 참여자들은 부지 면적이 크고 다양한 형태로 활용이 가능한 경기도권 공공기관 매물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사옥 이전이나 지사 등으로 활용하기 건물을 매수했지만 최근에는 큰 손 투자자들이 부동산시장 호황을 기대하고 건물을 매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다. 부동산 자산관리회사 관계자는 “실수요나 투자 목적이 아닌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인 일종의 ‘트로피 자산(trophy asset)’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인들이 빌딩을 사는 경우도 많다”며 “1년 전 청담동에 있는 200억원대 공공기관 건물이 매물로 나왔을 때 한 개인투자자가 딸 결혼 선물 명목으로 매수하는 경우도 봤다”고 귀뜸했다.

다만 이날 매물로 나온 공공기관 건물은 이미 수차례 매각이 불발된 경우가 많았던지라 적정 매각가격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는 반응도 있었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경기도 성남 분당구에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오리사옥을 매수해 회사 사옥으로 쓸 생각으로 찾아왔지만, 이미 7년간 몇 차례 매각이 유찰됐기 때문에 단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매각 예정가액도 3500억원에 달해 고민이 되는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이용했던 부동산은 노후화된 건물이 많고 감정가 보다 낮게 팔리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구매 조건이 까다로운게 사실”이라며 “대급 납부 조건이나 개발제한 구역 해제 등 유인책을 마련해야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평 국토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부단장은 “이번에 매물로 나온 공공기관 매수자들이 적정 공공기여(기부채납) 비율만 맞춰준다면 토지 활용가치를 높이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개발제한 해제 등 일부 제약을 푸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수도권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알짜 공공기관 부지에 대한 건설사와 부동산 개발사, 큰 손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2017년도 제1차 종전부동산 투자설명회’에서 투자자들이 김일평 국토교통부 부단장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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