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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軍 1만시대의 그늘…별 달기가 '하늘의 별따기'

김관용 기자I 2016.10.10 00:15:05

내년부터 육군3사관학교도 여성 장교 배출
전투병과 등 군 전 영역서 여군에 문호 개방
성범죄, 일-가정 양립 고충 등 문제 해결 시급
육해공서 여성 4성 장군 나올 수 있어야 선진강군

마지막 벽이었던 육군 3사관학교가 내년에 첫 여성 장교를 배출한다. 우리 군에 더 이상 금녀(禁女)의 공간은 없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육군3사관학교가 내년에 첫 여성 장교를 배출한다. 현재 4학년에 재학 중인 여자 생도 18명이 내년 3월 소위로 임관하며 3사관학교 출신으로는 첫 여성 장교가 된다. 마지막 벽이 무너짐에 따라 우리 군에 더이상 금녀(禁女)의 공간은 없다.

대한민국 여군은 창설 66주년인 올해 1만명 시대를 열었다. 여군의 역사는 1950년 6·25 전쟁 당시 자원입대한 400명의 학도의용군에서 시작된다. 이들은 여자의용군 교육대에서 교육을 받고 작전 현장에서 타자수 등 남군의 보조 역할을 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여군들은 육군에서 ‘여군병과’라는 단일병과에 속해 있었지만 1986년 정훈병과를 필두로 1990년부터 본격적으로 남성군인들과 동일하게 일반적인 병과(兵科)로 분류되면서 활동 범위가 늘었다. 특히 1997년 공군사관학교가 여생도의 입교를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1998년 육군사관학교, 1999년 해군사관학교까지 문호를 개방하면서 본격적인 여군 시대가 열렸다.

◇ ‘금녀의 벽’ ·포병·방공·기갑 병과도 문호개방

국방부는 2020년까지 장교 정원의 7%, 부사관 정원의 5%로 여군 비율을 확대하려던 목표를 2017년으로 3년 앞당겼다. 사회의 우수한 여성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허수연 국방부 여성정책과장은 “신체적 특성 때문에 일부 제한되는 부분이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모든 병과에 차별없이 여군이 배치돼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육군에서는 장군 2명을 포함한 6600여 명의 여군이 직책에 제한 없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군종·포병·방공·기갑 병과가 마지막으로 문호를 개방하면서 여군은 육군의 모든 병과에서 활약하고 있다.

72사단 노경희 대령은 여군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6월부터 보병사단의 연대를 지휘하고 있다. 과거 여군이 육군훈련소 신병교육 연대장을 맡은 적은 있지만 야전 지휘관은 노 대령이 최초다. 노 대령은 여군에서 보기 드문 작전과 교육훈련 분야 전문가로 치밀하면서 따뜻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부대를 안정되게 지휘하고 있다.

육군 전력의 핵심인 항공병과에도 여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육군 항공병과에 여군이 진출한 것은 공군 조종병과 보다 20년이 앞선 1981년도부터다. 항공병과에서는 여군이 이미 대령까지 진출했다. 여군 헬기조종사 중 2항공여단의 장시정 소령은 중대장직을 맡고 있으면서 UH-60을 조종한다. 두 아이의 엄마인 장 소령은 지난해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항공우주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슈퍼우먼’이다.

전투병과뿐만 아니라 법무·재정·인사행정 등 청렴성과 섬세함이 요구되는 병과에서 여군들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중 단연 눈길을 끄는 곳은 법무병과다. 현재 법무병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성 군법무관은 59명으로 장기복무 군법무관의 35.8%나 된다.

공군에서도 여군 전투기 조종사가 낯설지 않다. 2007년 최초의 여성 전투기 편대장이 된 박지연 소령의 뒤를 이어 전투기를 조종하고 있는 여군은 20명이 넘는다. 또 공군의 대표적인 전투병과인 방공유도탄 부대에서도 여군 방공포대장이 나오는 등 현재 공군에서 여군이 가지 못하는 곳은 없다.

해군은 아직 잠수함과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분야에서 여군의 진출을 제한하고 있다. 신체적 제약 때문이다. 하지만 해군은 2012년부터 여군에게도 고속정장(육군으로 치면 중대장) 보직을 부여해 해상전투지휘관에 여성 장교를 임명하고 있다.
전투병과내 여성 장군은 지금까지 2명 뿐이다. 미군은 육해공 모두 4성 장군이 탄생했다. 사진=뉴시스
◇여군=워킹맘, 육아문제 등 난제 산적

하지만 여군 역시 ‘워킹맘’이기 때문에 일과 양육을 함께 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상대기 근무를 해야 하거나 각종 훈련에 차출 될 경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고민이다.

남군에 비해 장기복무 기회도 낮아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직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남군에 비해 승진 기회가 비교적 적을 뿐 아니라 장군 진급을 해도 ‘원스타’ 장군으로 2년간 근무하고 제대를 해야 한다.

게다가 간호병과를 제외하고 전투병과에서 여군 장군은 아직 2명 밖에 배출하지 못했다. 미국의 육·해·공군에서 모두 여성 4성 장군이 탄생한 것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다.

군대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군 대상 범죄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서영교 의원에 따르면 군내 여성 범죄는 2012년 41건이었던 것이 2013년 48건, 2014년 83건, 2015년말 105건으로 급증했다. 2016년 6월말 현재도 45건으로 조사돼 군대 내 여성대상 범죄가 줄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서 의원은 “여군 1만명 시대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군대 내 여성 대상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여군을 넘어 군 전체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이라면서 “여군의 실제 근무환경에서 인권사각지대는 없는지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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