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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20만 시대]韓中 공존의 공간..'리틀 차이나' 대림중앙시장

김보영 기자I 2016.05.10 06:30:00

대림역 나서자 중국어 간판 즐비, 산초향 가득..여기는 '제2의 고향'

서울 지하철 2·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 인근에 있는 영등포구 대림2동 대림중앙시장. 중국인, 조선족들을 중심으로 상권이 몰려 있어 ‘서울 속의 작은 중국’,‘중국인 거리’로 불린다. 김보영 기자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서울 지하철2·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를 나서는 순간 생소한 향신료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한자와 한글이 뒤섞인 붉은색 간판들로 인해 눈이 어지러웠다. 행정구역상 주소는 영등포구 도림천로11길 26-1.서울의 ‘리틀 차이나’로 불리는 대림중앙시장이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중국어와 낯선 메뉴의 이국적인 음식점들은 중국 현지를 방문한 것 같은 생소한 느낌이다.

대림중앙시장은 서울 도심 속 한국과 중국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한-중간 상권이 나뉘어 있고 지역의 치안 활동은 함께 하는 등 경쟁과 공생 관계를 이루고 있다

이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전국의 중국 동포와 중국인 관광객인 유커(遊客)들이 몰리면서 불황에서 비켜나 있는 곳”이라며 “이곳 상권은 한국인과 중국 동포가 절반씩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은 서울시에서도 중국인과 중국 동포가 가장 밀집해 있는 곳이다. 대림2동 주민센터에 따르면 이 지역에 주민등록이 된 주민 총 1만 4431명(2월 말 기준) 가운데 외국인이 약 9850명, 중국 동포가 4750명이다. 지역 주민의 70% 정도가 외국인이고 이 중 절반이 중국 동포다.

대림2동 일대가 중국인 거리로 형성된 것은 1990년대 중반 구로공단에 일자리를 찾아 건너온 중국 동포들이 이곳에 터전을 잡으면서부터다. 시장을 중심으로 중국인과 중국 동포를 위한 음식점·술집 등 상점들이 생겨나면서 지금의 상권이 형성됐다. 한때 한국인과 중국 동포들이 반목을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함께 동네를 순찰하는 ‘한마음 방범대’를 운영하는 등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면 중국인과 중국 동포 사이에도 삶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시장 입구 근처 마라탕 전문 음식점에서 일하는 중국 동포 주모(26·여)씨는 2010년 처음 한국에 온 뒤 고향에 한 번도 가지 못했다. 매일 8시간씩 주 6일을 근무하고 받는 돈은 110만원 정도다. 보증금 100만원·월세 25만원인 반지하방에 살면서 고향의 가족에 생활비를 보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거의 없다.

한국에 온 지 12년째인 장모(57·여)씨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3년 전 쓰촨 음직점을 차려 ‘코리안 드림’을 이룬 경우다. 그러나 장씨는 “직원 월급, 중국에 계신 부모님께 돈을 부치고 나면 상가 임대료 충당하느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특히 최근 시장 일대 상가 건물주들이 한국인에서 한족 출신 중국인으로 바뀌면서 임대료를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림역 인근 공인중개업자 함모(58)씨는 “한족이 대림동에 진출하기 시작한 2~3년 전을 기점으로 시장 일대 상가 권리금이 1억원까지 치솟았다”며 “이 과정에서 한족과 중국 동포 간 임대료와 급여 등을 둘러싼 마찰이 종종 발생한다”고 전했다.

불법체류자들도 많다 보니 문제가 생겨도 경찰 등 공적 시스템 대신 사적 구제에 의존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향신료 노점상 임모(36·여)씨는 “문제가 생기면 중국 교민 사회내 지인의 도움을 받거나 자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서로 다투다 화김에 경찰서까지 오고도 신고를 철회하는 중국 동포들이 많다”며 “중국 내 소수민족으로 차별과 핍박을 견뎌와야 했던 문화적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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