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회로TV(CCTV)로 대표되는 영상보안시장에서 일본 기업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CCTV의 핵심기술인 이미지센서와 이미지센서를 영상신호로 전환하는 ISP 시장도 소니, 샤프, 파나소닉과 같은 소수의 일본 정보기술(IT)기업이 독과점하고 있었다.
지난 1997년 넥스트칩솔루션을 설립하면서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김경수(50) 넥스트칩(092600) 대표이사는 약 20년간 영상보안시장에 사용하는 반도체 개발에 집중했다.
최근 판교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본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에 나섰다”며 “지금 ISP분야에서는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우리가 40~5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넥스트칩은 회사 설립 이듬해인 1998년부터 영업이익을 내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는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이 시작되면서 모든 산업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오히려 처음부터 성장하면서 당시 벤처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지 않고도 회사를 성장시켰다.
|
그는 “처음에는 일본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가격(일본 제품 대비 60~70%)을 무기로 시장에 진입했다”며 “하지만 우리 제품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우수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점유율을 빨리 높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칩 설계부터 기술지원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 점이 주효했다.
김 대표는 “최근에는 세트(완제품) 업체들이 개별 칩에 대해 일일이 연구하고 분석하지 않는다”며 “세트업체들이 칩의 성능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면서 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후 기술지원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점이 고객사들로부터 호응을 얻은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다양한 회사의 센서 제품에서도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도 넥스트칩의 성장을 이끌었다. 그는 “넥스트칩의 ISP 사용이 늘어나면서 마치 하나의 기술표준처럼 되어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최근 산업 트렌드도 넥스트칩이 일본의 IT 공룡기업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일조를 했다. 김 대표는 “일본은 오랜 시간 노력을 기울여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장시간의 테스트를 거쳐 제품화하는 데는 탁월하다”면서도 “과거에는 최고의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급변하는 최근 산업 트렌드에 적응하기에는 순발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발빠르게 대응한 점이 시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동축 케이블용 CCTV 카메라용 ISP ‘아날로그HD(AHD)’로 경쟁사와의 차별성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AHD는 기존의 케이블을 이용하더라도 고화질의 영상(HD·풀HD)을 그대로 전송받을 수 있도록 한 기술이다. 추가 설치 비용이 없기 때문에 고객사들의 수요가 많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넥스트칩은 또 다시 일본 기업과의 결전을 앞두고 있다. 바로 자동차용 카메라 시장이다.
현재 자동차용 카메라라고 하면 블랙박스, 후방카메라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차선 감지, AVM(차량 주위를 볼 수 있는 모니터), 지능형 운전자보조시스템 등 다양한 형태로 카메라 적용 비중이 늘 전망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사이드미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자동차에는 최소 4~5개의 카메라가 장착될 것”이라며 “CCTV용 이미지 솔루션 기술을 기반으로 차량용 솔루션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해 내년부터는유의미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
이를 위해 정부는 초기 기업에는 연구·개발(R&D), 인력 지원을, 중기 이후 기업에는 인수·합병(M&A)나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작은 업체들이라도 차별화 해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일관된고 지속적인 국가지원시스템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창업 이후 승승장구했던 넥스트칩은 지난 2년간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시장 환경의 변화와 센서 사업 확대의 실패, 신제품 개발 지연 등으로 2013년에는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는 실적이 다시
김 대표는 “세계적인 영상 전문가 집단으로 거듭나 차별화 된 영상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다”며 “지난 몇 년간 준비한 자동차용 카메라 사업에서 제대로 승부를 내고 영상보안시장 사업도 강화해 2016년에는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