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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렉서스 RC F "우리도 '달리는 재미' 있어요"

김형욱 기자I 2015.06.08 01:00:14

용인 스피드웨이서 5개 차종 서킷 체험해보니
獨 고성능차 못지 않은 폭발적 성능·재미 갖춰

[용인=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번 각인된 브랜드의 이미지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한번 사면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이상까지 바꾸지 않는 자동차는 더욱 그렇다.

도요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10여 년 전 우리에게 ‘조용한 차’로 각인됐다. 이 덕분에 한때 ‘강남 쏘나타’로 불릴 만큼 인기를 끌기도 했다. 지금도 정숙성에선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꾸준히 추가된 것도 이미지 구축에 한몫했다.

그러나 렉서스에게 정숙함은 한계이기도 했다. 달리는 재미를 찾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웠다. 재미를 추구한 독일차의 맹공에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의 독일 4사는 결코 정숙하다고 할 수 없는 디젤 모델을 재미 요소를 앞세워 올 1~5월 1만 대 이상씩 판매한 반면 렉서스는 같은 기간 2924대를 팔았다.

그래서 내놓은 게 올 4월 서울모터쇼에서 국내 데뷔한 고성능 모델 RC F(1억2000만원)와 RC350 F(8100만원)다. ‘가슴 두근거리는 차’를 만들겠다는 렉서스의 야심작이다.

내친김에 지난 4~5일에는 경기도 용인의 자동차 경주장 스피드웨이에 고객을 초청해 서킷 체험 행사도 열었다. RC F와 RC350 F를 중심으로 8종의 모델이 준비됐다 .

렉서스 RC F가 용인 스피드웨이 서킷에서 짐카나 묘기를 선보이는 모습. 아스팔트 위에 타이어 자국이 선명하다. 한국도요타 제공
지난 4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렉서스 어메이징 익스피리언스 데이’ 모습. 한국도요타 제공
이날 행사는 먼저 2개 차종(IS 250·ES300h)으로 약 20~30초 장애물 코너링 구간을 통과하는 슬라럼 테스트을 마친 후 3개 차종(NX200t·RC350 F·RC F)으로 경주장을 두 바퀴씩 도는 서킷 테스트가 진행됐다.

1시간여의 짧은 체험이었지만 렉서스의 고성능 모델 F는 성능 면에서 BMW M이나 벤츠 AMG, 아우디 S에 뒤지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클라이맥스는 RC시리즈였다. 다른 모델의 서킷 체험은 ‘꽤 잘 달린다’, ‘안정감이 느껴진다’는 수준이었다면 RC F와 RC350 F는 ‘드라이버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준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국내 15대만 한정 판매하는 RC F는 고성능차의 정석이었다. 제원상 성능은 배기량 5.0리터 8기통(V8)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에 아이신 8단 SPDS 변속기를 조합했다. 6피스톤의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이 적용됐다.

최고출력 473마력, 최대토크 53.7㎏·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5초에 주파한다. 복합연비는 8.0㎞/ℓ(도심 6.8, 고속 10.3)다.

수치도 수치지만 환경 규제에 따른 터보 엔진 강세 속에 자연흡기 엔진이라는 것 자체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엔진 배기음은 드라이버를 충분히 두근거리게 했다.

아마추어인 기자의 의도적인 급선회(드리프트) 시도에도 만족스럽게 응답했다. 주행 상황에 따라 좌우로 토크를 분배하는 토크 벡터링 디퍼런셜(TVD) 기술이 적용돼 있다. 군더더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잘 달리고 확실히 멈췄다.

슈퍼카답게 트랙 주행모드도 제공했다. 차체자세를 잡아주는 트랙션 모드(TRC)를 끄니 날것 그대로의 레이싱카로 변신했다. 유일하게 아쉬운 건 안전을 위한 통제 때문에 좀 더 맘껏 달려보지 못한 것뿐이었다.

렉서스 RC F로 용인 스피드웨이 서킷을 달리는 모습. 한국도요타 제공
렉서스 RC F로 용인 스피드웨이 서킷을 달리는 모습. 한국도요타 제공
뒤이어 탄 RC350 F도 나름대로의 만족감을 느꼈다. 트랙 주행모드가 없어 차체자세제어장치가 개입했고 그만큼 서킷을 달리는 재미가 떨어졌지만 일상 주행에서의 위급 상황에선 그만큼 안정감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3.5 V6 직분사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311마력, 최대토크 38.2㎏·m다. 연비는 8.9㎞/ℓ(도심 7.7, 고속 11.0)다.

두 RC의 재미에 빠져 상대적으로 빛이 바랬으나 나머지 3개 차종의 서킷 체험도 꽤 유익했다. 조용하고 안정적이기만 한 브랜드가 아니라는 렉서스의 항변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전 세계 500대 한정 판매한 렉서스의 슈퍼카 LFA를 직접 볼 기회도 있었다. 실제 주행은 못했지만 압도적인 엔진음은 RC F마저도 초라하게 만들 정도였다. LFA는 최고출력 560마력의 4.8 V10 가솔린 엔진이 장착됐다.

렉서스가 실제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기는데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고성능차는 여전히 건재하다.

그러나 도전이 이어진다면 사람들 인식도 조금씩 바뀔 것이다. 그리고 변화를 성공리에 마칠 즈음 렉서스는 조용하고 안정적이면서도 잘 달리고 즐거운 무결점 브랜드가 될지 모른다.

렉서스가 전 세계 500대 한정 생산한 슈퍼카 LFA. 김형욱 기자
렉서스 RC F 앞좌석 모습. 한국도요타 제공
렉서스 RC F 계기판 모습. 주행 모드에 따라 디자인이 바뀐다. 한국도요타 제공
렉서스 RC F 엔진룸 모습. 한국도요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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