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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의 눈]자국 울타리에 갇혀버린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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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I 2015.04.29 03:01:00
[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지난주 친한 일본인 부부의 저녁식사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40대 초반인 남편 켄 니시무라 씨는 일본계 은행에 다니는데 지난해 처음 해외지사에 파견돼 뉴욕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창 즐겁게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니시무라 씨는 문득 “일본 청년들이 해외에 나가려하지 않아 걱정이다”라는 말을 던졌다. 갈수록 일본 청년들이 해외에서 일을 하거나 경험을 쌓으려하지 않고 국내에만 머물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래서 우리 회사 같은 경우 40대가 넘으면 해외 파견을 보낸 뒤 각기 다른 국가로 계속 파견한다. 나도 다음 번엔 영국으로 갈지 어디로 갈지 알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자가 주변에서 만나 본 한국 청년들의 경우 해외 근무에 대한 반감이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반드시 해외에 나가는 것이 좋은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니시무라씨는 이에 동의하면서도 “하지만 이곳에서 한국 청년들을 만나보면 정말 부럽다. 한국 청년들은 자신감이 넘치고 영어도 잘하고 시야도 넓은 반면 나를 포함한 일본인들은 자신감이 없고 조용히 있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일본 청년들이 해외로 나가길 주저하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은 복지정책 등 여러가지 여건들이 잘 갖춰져 있는데 굳이 해외로 나갈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있다. 대학 경쟁력도 세계적인 수준이므로 굳이 힘들게 해외로 나가 학위를 받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다. 올초 THE 세계대학평판도순위에서 동경대는 20위권 내 유일한 아시아 대학으로 이름을 올렸다.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도 배출되지 않은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22명에 이른다.

다른 이유로는 ‘잃어버린 10년’ 이후 미래를 널리 내다보지 않고 그날 그날 살아가는 데 만족하는, 희망 부재가 손꼽힌다. 지난 2010년 일본 내각부 조사에서 20대 남성의 65.9%, 20대 여성의 75.2%가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했지만, 이것이 미래를 낙관해서가 아니라 희망을 버리고 달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꿈이 없는데 굳이 해외에 나가 경쟁력을 높이고 더 잘 살 궁리를 할 이유가 없다.

이유야 어떻든 결론적으로는 모두 국내에 안주할 뿐 국제 사회에서 좀더 시야를 넓히려는 노력은 없다. ‘일본에서 최고라면 전세계적으로도 최고’라는 자신감도 있겠지만, 국내에만 머무는 인력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세계 표준보다는 일본인으로서의 편협한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편협한 시각과 고집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대응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백악관이 직·간접적으로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해결과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미국 민주·공화당 의원 25명이 과거사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내용의 연명 서한을 주미 일본대사에게 발송했으나 일본은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방미 이틀째인 27일(현지시간) 오전 하버드대 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인신매매를 당해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라고 답했다. 지난달 워싱턴 포스트(WP) 인터뷰 때와 마찬가지로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인신매매 피해자’라고 묘사한 것이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과는 커녕 일본 정부와 군이 위안부 문제에 개입했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는 아베 총리의 29일 상·하원 합동연설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의 협력을 통해 국제 평화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본이 기억해야 할 것은 과거없는 미래는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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