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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大변신]②"가격·제품 경쟁만 하면 下手"

정태선 기자I 2015.01.27 01:00:00

"고객·시장 중심으로..포스코, 솔루션마케팅 효과 톡톡"
"고부가가치로 가는 지름길, 마케팅·조직 고민할 때"

솔루션 비즈니스 기업의 조직운영. 포스코경제연구소 제공.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아무리 좋은 제품일지라도 고객이 사용하는데 불편하거나 경제적이지 못하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기술을 먼저 개발해 놓고 뒤늦게 적용대상을 찾을 것이 아니라,고객과 시장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발 앞서 찾도록 해야한다.”

작년 3월 취임할 때부터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생존 필수전략으로 강조한 솔루션 마케팅의 개념이다. 성장 한계에 봉착한 우리나라 제조업계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기업간 거래(B2B)중심의 시장에서도 서비스 마인드는 물론 종합컨설팅의 개념까지 중무장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얘기다.

포스코는 자동차 업계가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차를 만들어 연비를 향상시키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시도에 일찍부터 주목했다. 자동차 중량을 10% 줄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8% 저감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러한 핵심기술은 포스코 같은 철강사의 제품개발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고장력 자동차 강판 개발에 나섰고, 뒤틀림 없는 안정성뿐만 아니라 연비향상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데도 성공했다. 이를 무기로 포스코는 자동차 강판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어 작년에만 817만t을 팔아치웠다. 이 가운데 국내 판매량은 237만5000t으로 전년대비 12% 줄었지만 수출물량은 17% 증가한 579만2000t을 달성했다. 국내시장 가장 큰 고객인 현대차그룹의 물량이 현대제철로 빠져나간 것을 해외에서 만회한 것이다. GM과 포드·닛산·도요타 등 외국업체와 거래를 늘렸고, 최근 독일 폴크스바겐 생산 공장에도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작년 9월 일반 스테인리스보다 부식을 견디는 정도가 강한 초내식 스테인리스강을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생산했다. 포스코가 개발에 착수한 것은 현대중공업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4호기 수주를 확정한 직후부터다. 현대중공업에 스테인리스 생산·판매부서의 연구원과 엔지니어를 파견하고, 값비싼 수입품을 대체할 초내식 스테인리스강을 개발에 몰두했다. 두 회사는 힘을 합쳐 2년간 연구 끝에 초내식 스테인리스강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이순신대교와 인천대교가 거대한 규모와 화려한 미관을 자랑할 수 있는 것도 포스코의 솔루션 마케팅이 큰 역할을 했다. 포스코는 교량 케이블을 제작할 수 있는 초고강도 소재 개발뿐 아니라 가공기술, 강재 맞춤형 케이블 정착장치 개발, 케이블 성능인증 기술지원 등 토털솔루션을 제공했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공동주택의 층간 소음문제도 포스코는 눈여겨 보고 있다. 우수한 방진 기능을 지닌 고망간강을 활용해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는 바닥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고, 고객사와 제작, 시범설치, 시장 확대를 위한 협력체계를 만들고 있다.

포스코 뿐 아니라 국내 제조업체는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에 쫓기고 있지만, 그렇다고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인 독일·미국·일본 등이 장악한 고가시장에 단숨에 진입하거나 독보적인 신제품을 내놓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처지에 있다. 이에 대응해 기존의 장점을 강화하는 한편 조직을 혁신하고 부가가치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솔루션마케팅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수기나 안마의자를 만들어 팔다가 렌탈쪽으로 사업모델을 바꾸고 유지·보수·관리를 통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하듯 국내 제조업체가 기존 연구·개발(R&D) 분야만 치우쳐 있는 혁신의 방향을 조직과 마케팅 쪽에 좀 더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도은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싼 제품을 생산해 주고 받는 것으로 거래가 끝났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중국과 경쟁하기 어렵다”며 “기업간거래(B2B)에서도 가격뿐 아니라 가공 후 완제품을 만들기까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신뢰나 이미지, 품질이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주·유럽 기업의 경우 중국이 저가 제품을 생산해도 생산공정부터 신뢰를 쌓아 자신들의 자리를 굳히고 있는 것은 우리 기업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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