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제품 전용 판로, 새로운 소비방식 절실

박철근 기자I 2015.01.12 03:00:00

세금 낭비 방지 위해 사후관리 철저해야
모바일·T커머스 등 새로운 대안 전망

[이데일리 박철근 채상우 기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 제품 판로확대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사후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TV홈쇼핑이나 가두매장보다도 소비 행태 변화에 따라 모바일 쇼핑과 T커머스 등 새로운 판로 구축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중소기업 판로지원 종합대책’을 통해 TV 홈쇼핑을 중심으로 방송·인터넷·모바일 등이 연계된 통합 유통 플랫폼을 구축키로 했다. 행복한 백화점 4층에 있는 ‘히트500 플라자’ 등 중소기업 제품 정책매장을 일본의 도큐핸즈식으로 개편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중기제품 판로 확대정책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판로확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사후관리가 이뤄져야 중기 제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높아질뿐만 아니라 세금낭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1월 TV홈쇼핑을 중심으로 한 방송ㆍ인터넷ㆍ모바일ㆍ오프라인 등이 연계된 창조혁신제품 통합 유통플랫폼을 내년에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소기업청 제공
◇멍석만 깔아주는 게 전부는 아니다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이수환(56·자영업)씨는 “가끔 행복한 백화점에 중소기업 제품을 구경하러 오는데 점원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중소기업 제품은 목적을 갖고 오기 보다는 구경하다가 괜찮은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품에 대해 설명할 사람이 없으니 손님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품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구입은 커녕 타인에게 소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TV홈쇼핑의 경우 고객상담원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홈앤쇼핑에 납품하고 있는 쿠키세븐 관계자는 “홈앤쇼핑의 상담원들이 기본 업무를 숙지하지 못해 납품업체에 물어보거나 동의 없이 반품 신청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말만 듣고 반품을 신청할 경우 손해를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객센터 직원들의 불친절이 홈앤쇼핑을 외면하게 되고, 결국 그 피해는 중소기업들이 떠안는 경우도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홈앤쇼핑의 운영 방식이 제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고객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중소기업 전용판매채널을 통해 제품과 회사를 알리는 효과는 있지만 실적 개선과 연결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중소기업 제품 판로 확대라는 전시적인 성과에만 머물지 않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속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정부의 감독 하에 유통채널 운영경험을 가진 대기업 등에 위탁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김여라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홈앤쇼핑이 중소기업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겸 단국대 교수(경제학)는 “제7홈쇼핑의 경우 설립 명분인 중소기업의 판로개척 및 판매활성화가 과거 홈쇼핑 설립 때와 다르지 않다”며 “기존 홈쇼핑들이 정책 목적을 달성했다면 제7홈쇼핑 설립은 추진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내년에 제7홈쇼핑·인천공항 중견·중소기업 전문 면세점 등 중소기업 제품 전용 판매채널을 확대키로 했다. 사진은 서울 목동에 있는 중소기업 제품 전용판매 백화점인 행복한 백화점에서 우수 중소기업제품을 시연·판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 채상우 기자
◇모바일 쇼핑·T커머스 등 쇼핑 트렌드 맞춘 판로 확대 필요

전문가들은 최근 소비 방식의 변화에 따라 모바일 쇼핑이나 T커머스와 같은 새로운 판로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올해 인터넷 모바일 쇼핑 매출은 13조1400억원으로 작년(5조9100억원)보다 2.2배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시장규모가 더욱 확대돼 20조원(22조46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T커머스 시장도 내년 매출이 2500억원으로 올해(1700억원)보다 47%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홈쇼핑과 같은 판로가 판매할 수 있는 제품 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홈앤쇼핑처럼 1시간에 2개의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연간 판매가능한 제품 수는 1만7520개가 최대다. 이는 전체 중소기업(335만)의 0.52%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예컨대 온라인에서 활동하거나 중소 편의점을 운영하는 유통 중소기업들에 대한 판로개척과 서비스분야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중소기업 자체 역량을 강화시키고 업종별 맞춤형 판로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판매가능한 제품 수가 훨씬 많은 T커머스 시장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쇼핑 시장을 중심으로 한 옴니채널이 중소기업 제품 판로확대를 위한 새로운 대안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바일 기반의 옴니채널 환경은 기존의 백화점, 대형마트 등을 대체해 중소기업에게 수익성 향상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상 소비재를 제조·판매하는 중소기업들은 모바일 쇼핑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중소기어의 온라인 상품·서비스 판매 비중이 낮은 점을 감안해 ‘온라인 소매 중소기업 양성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다각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제공. 단위: 억원, 2014ㆍ2015년은 전망치
<용어설명>

*T커머스 : TV와 커머스가 결합된 단어로 디지털 데이터방송을 통해 TV와 리모콘만으로 상품정보 검색·구매·결제 등의 상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 시청자가 드라마에 등장하는 소품을 클릭해 바로 주문·결제할 수 있고, 생방송되는 축구경기를 보면서 온라인 베팅도 할 수 있다.

*옴니채널: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는 채널. 각 유통 채널의 특성을 결합해 어떤 채널에서든 같은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도큐핸즈: 일본에서 지난 1976년 설립된 소매점으로 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 생활용품 및 잡화류를 판매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