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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인터뷰]럭셔리걸, 한달 용돈 50만원 비결..10년전 물건도 새것처럼

성선화 기자I 2014.05.24 06:00:00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30대 초반인 김윤아 씨는 4살 연하 남자친구와 결혼 예정이다. ‘짠돌이카페’에서 그의 닉네임은 ‘럭셔리 걸’. 최근 출판된 ‘돈이 모이는 생활의 법칙’의 주인공 중 한명이기도 하다.

한달 용돈이 50만원 남짓 정도에 불과하지만, 매달 300만원 이상을 저축한다. 1억에 가까운 연봉과 연하 남자친구. 김씨는 지금 우리 시대 2030 여성들의 ‘워너비(닮고 싶은 이상형)’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화려한 겉모슴보다 빛나는 ‘보석’을 발견하게 된다. 지난 23일 서울 강변의 한적한 커피숍에서 만나 그는 긴 머리결을 휘날리며 웃어보였다.

◇관리의 힘, 10년전 물건도 새것처럼

늘씬한 키에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김씨의 패션은 평범하면서도 센스가 독보였다.초여름 날씨에 맞는 큐빅박힌 ‘샤넬’ 샌들로 포인트를 줬다. 샌들이 예쁘다고 칭찬을 하자 그는 “오래 전에 산 것”이라며 수줍게 웃였다.

최근에 산 ‘새것’처럼 보이는 샌들이 몇해 묵힌 ‘헌것’이란…. 감탄사를 남발하자 그는 “관리를 잘 하면 새 물건처럼 오래 쓸 수 있다”며 “사놓은 물건들이 쌓이면서 되레 8년전보다 생활비가 줄었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일을 시작하던 8년전만해도 한달 생활비가 200만원 정도 들었다. 그때까지만해도 ‘현명한 소비’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에 생각없는 소비가 많았다.

“그때는 화장품을 사도 고가의 브랜드를 사고, 옷, 가방 등도 명품을 선호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나를 사더라도 브랜드가 아닌 진짜 제품력을 보게 됐어요.”

그는 지금은 자신에게 맞는 중저가 국산 화장품을 쓴다고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씀씀이가 준 것은 그동안 사놓은 물건들이 많기 때문이다.

“같이 사는 룸메이트가 있어요. 똑같은 물건을 사도 그 친구는 물건을 험하게 쓰기 때문에 금방 낡아서 버려요. 하지만 저는 관리를 잘 하니까 여전히 새것 같아요. 친구한테 잔소리를 워낙 많이해서 지금은 친구도 물건을 아껴써요.”

그에게 관리의 노하우를 물었다. 김씨는 “정말 특별한 게 없다”며 “쓰고 나면 제자리에 두고 틈틈이 닦아 주는 게 전부”라고 했다. 집에 오면 신발을 아무데나 벗어던지는 것이 아니라 먼지를 털어 신발장에 가지런히 놓아두고, 입었던 옷도 구김이 가지 않게 옷걸이에 잘 걸어 두는 것이다. 그는 이 작은 차이에 물건의 생명을 훨씬 연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저도 어릴 적에는 물건을 굉장히 함부로 험하게 썼어요. 하지만 친언니가 물건을 깨끗하게 쓰는 걸 보고 많이 반성하게 됐죠. 습관은 마음먹기에 달렸고 조금만 의식하고 노력하면 금방 고칠 수 있어요.”

◇돈 만원에도 행복할 줄 알아야 ‘진짜 마음부자’

디자인 전공은 그는 졸업 후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디자인 사무실에서도 일을 했고 미술 학원에서 강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조직생활이 맞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지금의 일을 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어릴 적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고 쇼핑을 좋아했던 그는 정말 사고 싶은 옷이 있는데, 도매로 밖에 팔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외 쇼핑몰이었는데, 하는 수없이 그는 실제 필요한 수량 이외에 더 많이 사게 됐다.

“필요한 건 한벌인데 더 많이 샀으니까 어쩔 수없이 옥션에 팔게 된 거죠. 도매로 싸게 샀으니까 마진을 조금 붙여서 팔았어요. 근데 옥션에 올린 물건들이 신기하게도 불티나게 팔렸어요. 처음엔 작게 시작한게 이제는 본업이 된거죠.”

직장을 그만두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다. 잘 되는 때는 하루에 수백만원이 통장에 입금되기도 했다. 무려 8년전 일이다.

하지만 그의 사업 규모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꾸준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무리하게 고객을 늘리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다. 그냥 지금 있는 단골 고객들을 대상으로만 장사를 한다.

“더이상 사업 규모를 늘리고 싶지 않아요. 물론 욕심을 내서 사업을 확장하면 훨씬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죠. 하지만 저한테 행복은 그런 게 아니에요.”

그는 최근 있었던 행복했던 일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같이 지내는 룸메이트가 깜박하고 바지에 만원을 넣어뒀다. 마침 세탁을 하던 김씨는 친구가 깜박한 만원 짜리 한장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친구에게 자신이 만원을 주었으니까 자기 것이라며 장난을 치며 신나했다고 했다. 기분이 좋아진 김씨는 ‘이 사실’을 알리려 남자친구에게까지 전화를 걸었다. 그에게 공돈이 생겨서 신이 난다며 룸메이트와 통닭을 사먹을 것이라고 자랑을 하며 웃었다. 이에 그의 남자친구도 웃음이 터졌다고 했다.

사람이 정말 돈 1만원으로 이토록 행복해할 수 있을까. 김씨는 자신에게 행복은 이렇게 작고 사소한 일상 속에 있다고 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성공하는 것은 그냥 행복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처음엔 돈이 인생의 최고 목표였던 그의 남자친구와 김씨를 만나면서 가치관이 많이 변했다고 했다.

얼마전에도 30% 할인된 가격으로 남자친구와 뮤지컬을 본게 무척 행복했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비싼 가격에 보는데, 저희는 더 싸게 본 거죠. 뮤지컬을 보면서도 그런 얘기들을 하며 행복해 했어요. 그냥 작고 사소한 일상을 나눌 수 있는 게 정말 행복해요.”

그가 처음 일을 시작한 것도 좋아서 한 일이고, 그가 남자친구를 만난 것도 사랑해서였고, 그가 돈을 버는 것도 행복하기 위해서다. 김 씨는 “돈이 목적이 돼 무조건 아끼며 궁상맞게 사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며 “그냥 행복하게 살기 위해 돈이 필요하니까 남들보다 조금더 현명한 방법으로 소비를 하려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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