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은 이랬다. 정 대표가 서울시교육청을 찾아가 자신이 만든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앱)인 ‘아이엠스쿨’을 시연했던 적이 있다. 당시 교육청 관계자들로부터 호평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로 서울시교육청에서 사용 여부에 대한 회신은 없었다. 기다리다 지친 정 대표가 정황을 확인을 해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시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시교육청이 유사 앱인 ‘학교쏙’을 외주로 만든 사실을 알게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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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에서 친구와 밤을 새가며 고생해 만든 아이템을 순식간에 도둑맞게 된 정 대표는 난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벤처기업 죽이기’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정 대표는 “똑같은 앱을 만든 것은 물론, 서울시교육청이 모든 학교에서 그 앱을 쓰라고 강제했다”면서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떻게 벤처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교육계가 보수성과 폐쇄성으로 창조경제에 역주행하고 있다”며 “교육 벤처와 서비스의 뿌리부터 말살시키려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 대표 발언이 끝나자, 이번엔 옆자리에 앉아 있던 벤처기업 ‘촉’의 여수아 대표(27)가 거들었다. 여 대표는 “미국에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데,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벤처기업의 알짜 인력과 아이디어만 쏙 빼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친구 사례를 들어 “대학생들이 창업대회에 나갔을 때 심사위원들이나 멘토 교수진이 해당 아이디어를 대가 없이 가져가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며 “창업대회에 참가했던 한 친구도 똑같은 일을 당했다”고 답답해 했다.
간담회 중 틈틈히 “창조경제 구현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여러분들(벤처기업인)의 몫”이라며, 덕담 늘어놓기에 바빴던 현 부총리는 두 젊은 사업가의 가감없는 발언에 머쓱해졌다. 그는 “교육부 장관께 해당 사례를 꼭 전하겠다”며 “M&A시 세제상의 혜택을 개선하고, 지적재산권(IPR) 보호장치도 마련해 보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