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2008년 전 세계를 흔들었던 금융위기가 얼추 마무리되고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아니었다.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경기는 다시 위축됐고 곳곳에서 이러다 더블딥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낮출 대로 낮췄던 기준금리를 정상화하기 위해 2010년부터 인상에 나섰던 한국은행도 올 들어 경제가 심상치 않자 7월 다시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올해 두차례 금리를 인하했는데도 경기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L자형 장기침체 전망이 계속 제기되자 채권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9년으로 끝난 줄 알았던 채권 호황장이 2012년 다시 찾아온 것이다.
채권은 불안을 양식 삼아 큰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유럽 국가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되고 미국마저도 등급하향 수모를 겪은 가운데, 한국은 오히려 3대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일제히 등급 상향을 받으면서 견조한 펀더멘털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갈 곳 찾지 못하던 글로벌 유동성이 한국의 안전자산 채권으로 몰렸고, 국내 채권은 유동성 효과까지 누렸다. 외국인은 올 들어 12월18일까지 국내 상장채권을 36조5000억원 가량 순매수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해 주식시장에서 16조8000억원 순매수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다.
이 덕분에 채권금리는 바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뚝뚝 떨어졌다.(채권값 급등)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3.3%대였던 국고채 3년 금리는 한때 2.71%까지 떨어지면서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대신증권은 5년 만기 국고채권인 10-1호를 작년 말 매수해 올해 12월 14일까지 보유했다면 자본손익과 이자수익을 합쳐 4.73%의 수익률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1년 만기 정기예금 수익률(신한 민트 정기예금 기준) 2.87%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회사채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AA 등급의 한솔제지228의 투자 수익률을 같은 방법으로 계산해보면 무려 8.04%가 나온다. 웅진홀딩스 법정관리 등 회사채 시장을 긴장하게 만든 크레딧 이벤트들이 있었지만 양호한 수급 덕에 우량등급 기업을 중심으로 크레딧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차이)는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우며 꾸준히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연말로 갈수록 채권 버블 우려가 높아지면서 채권금리는 상승하는 모습이었지만, 올해 채권이 어떤 자산군보다도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