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76억불 공적자금 조기상환…우리와 다른 점은

문주용 기자I 2011.05.25 02:48:58

高利자금 `상환이 유리` 판단
양사 생산통합 단행…시너지효과 최대화
美정부, 정상화 수준따라 `단계적 민영화`

[뉴욕= 이데일리 문주용 특파원] "공적자금을 다 갚겠습니다. 리 아이아코카 보다 더 큰 일을 했습니다."

미국 3위 자동차업체인 크라이슬러는 24일(현지시각)은 특별한 이벤트를 가졌다. 지난 2009년 파산 직전, 정부의 공적자금으로 회생 기회를 얻은 지 2년만에 공적자금을 상환하는 이벤트다.

이로써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불명예도 씻고, 다시 민간기업으로 GM, 포드는 물론 도요타 등 외국기업들과 경쟁에 당당히 나서게 됐다. 1970년후반 리 아이아코카 회장 당시보다 더 빨리 상환했다.

한국이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놓고 10여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과 큰 대비를 보인다. 크라이슬러가 회생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연간 12억불 이자비용...`공적자금 상환이 유리` 판단

크라이슬러는 지난 2009년 미국정부(59억달러)과 온타리오주 17억달러등 캐나다로부터 76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당초 일정은 2017년까지 상환한다는 계획이었다.

공적자금을 상환하더라도, 크라이슬러의 빚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76억달러의 공적자금은 크라이슬러에게 연간 12억달러의 이자 부담을 안겨왔다. 이 이자만 줄여도 크라이슬러는 훨씬 건실한 기업이 될 수 있다.

이 회사는 공적자금을 갚고 민간 투자 자금을 끌어들이면, 연간 3억달러이상의 이자비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이처럼, 공적자금을 서둘러 갚아야 할 결정적인 이유는 `높은 이자`에 있었다.

◇무작정 자금 투입보다 경영정상화 후 M&A 전략 진행

미 정부와 크라이슬러의 경영을 맡은 피아트간 회생 전략도 빛을 발했다.

금융위기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크라이슬러가 파산직전에 몰렸을 때, 오바마 정부 내부에서는 지원과 파산을 놓고 양분됐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의 일자리를 지키야 한다는 차원에서 지원을 결정하고, 피아트측에 경영을 맡겼다.

하지만 당시 피아트측 사람으로, 미 정부와 크라이슬러 M&A의 밑그림을 그렸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현 크라이슬러CEO는 피아트가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반대했다.

독일의 다임러가 합병에 실패한 선례를 피아트가 반복할 수도 있다고 봤던 것.

대신 피아트는 크라이슬러가 경영개선 목표를 단계적으로 맞춰갈 경우 정부 보유 지분을 피아트가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미정부와 협상을 통해 얻었다.

이번에 공적자금을 상환하면, 피아트는 이 회사에 대한 지분을 현재 30%에서 46%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또 올해말까지 크라이슬러가 피아트 플랫폼으로 40MPG 자동차 개발에 성공하면, 피아트는 51%까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크라이슬러의 민영화가 이뤄지는 시점이다.

피아트가 소형차 개발 기술을 전수해준 대가다. 피아트는 M&A 계약에 따라 최대 76%까지 지분을 확보, 완전 자회사로 만들 수 있다.

피아트는 경영을 맡아 기업을 회생시키고, 그 대가로 기업을 소유할 수 있게 한 인센티브를 100% 활용한 것이다.

◇피아트-크라이슬러 생산 통합 이뤄...강점 최대로 활용

크라이슬러를 회생시키기 위한 피아트의 통합전략도 훌륭했다는 게 자동차 애널리스트의 평가다.

크라이슬러의 자동차 생산라인은 픽업트럭, 미니밴, SUV 등 대형차에 의존해 있었다. 반대로 피아트는 소형차 생산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각자로서는 강점이지만, 시장에 따라선 약점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었다.

마르치오네 CEO는 피아트와 크라이슬러간 생산라인의 통합을 주도했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맥스 와버튼 애널리스트는 "어느 M&A에서 볼 수 없을 만큼 두 회사가 빠르게 통합되어 갔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크라이슬러는 피아트가 장악하고 있는 브라질과 함께 유럽내 피아트매장을 통해 SUV 차량을 수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피아트는 소형차 기술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다.

공적자금 상환에다가 피아트와의 시너지가 성과를 보이면, 올해나 내년 기업공개(IPO)에서 크라이슬러는 자본시장에서 큰 인기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공적자금을 빨리 갚도록 한 높은 이자 부담 ▲경영정상화에 따라 지분을 양도한 보상시스템 ▲민간기업의 치밀한 통합 전략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와버튼 애널리스트는 "크라이슬러가 완전히 정상화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 18개월전에 비해서는 확실히 좋아진 것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마르치오네 CEO는 이날 오후 미시건주에 있는 크라이슬러 조립공장에서 오바마 행정부에서 자동차구조조정을 지휘했던 론 블룸 대통령 고문등 정부인사, 노조원들과 함께 공적자금 상환 이벤트를 갖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GM에 이어 크라이슬러도 회생시킨 성과를 얻게 돼 재선가도에 탄력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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