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PF대출 연체율 급등에 저축은행 '남의 일 아냐'

이진우 기자I 2010.03.19 08:40:00

증권사 PF연체율 08년말 14%→09년말 30%
캠코 `화장발`로 버티는 저축은행들 속앓이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증권사들이 빌려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3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는 증권사들도 고민이지만, 그보다는 저축은행들의 걱정이 더 크다. 표면적으로는 10%대에 머물고 있는 저축은행의 PF대출 연체율은 부실채권을 잠시 뒤로 돌려놓은 `화장발` 짙은 숫자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의 높은 PF대출 연체율이 알고 보면 오히려 저축은행의 숨겨진 속살을 드러낸 단면일 수 있다는 얘기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증권사들이 빌려준 PF대출의 연체율은 무려 30.28%다. 지난 2008년말 14%에 못미치던 것과 비교하면 1년새 연체율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100억원의 대출이 나가 있다면 그 가운데 30억원에 대해서는 이자도 못 받고 있다는 의미다. 이자를 못 받고 있다면 원금도 결국 떼일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의 대출 연체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땅만 사놓고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PF 사업장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비용과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하나둘씩 손을 들고 나자빠지는 중이라는 의미다.

부동산 경기가 갑자기 풀리지 않으면 결국 담보로 잡은 토지를 처분해서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데, 땅값이 대출금에 못미치면 돈을 빌려준 증권사가 손실을 입게되는 구조다.

이런 증권사들의 대출 연체율 급등을 보면서 한숨짓는 쪽은 오히려 저축은행들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들의 표면적인 PF대출 연체율은 10.6%다. 2008년말 13%였던 것이 약간 더 낮아졌다. 문제는 저축은행들의 비교적 낮은 연체율이 자산관리공사에 넘긴 불량채권을 빼고 그나마 괜찮은 대출채권들만 대상으로 집계한 연체율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증권사들의 경우 PF대출로 나간 돈이 자기자본의 8% 정도지만 저축은행들은 전체 대출의 20% 가량을 PF대출에 쏟아부은 상태다. 최악의 경우 PF대출에서 문제가 생겨도 회사의 존립에 큰 지장이 없는 증권사들과 저축은행은 사정이 다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대출 연체율이 저축은행보다 높게 나오는 것은 저축은행들만 자산관리공사로 불량 채권을 넘겼기 때문"이라며 "불량 채권을 매입한 자산관리공사가 나중에 손실을 입을 경우 해당 대출을 시행한 저축은행이 차액을 메워주기로 하고 넘긴 구조이기 때문에 저축은행의 실제 손실은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저축은행들은 지난 2008년과 2009년 두차례에 걸쳐 자산관리공사에 불량 PF대출 약 1조7000억원어치를 넘겼다. 작년말 기준으로 저축은행의 PF대출 잔액이 11조8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대출 가운데 하위 15%의 대출채권이 자산관리공사로 옮겨진 셈이다.

악성 채권을 자산관리공사로 넘겼으니 남은 대출채권의 연체율은 표면적으로 별로 높게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자산관리공사로 넘어간 대출채권의 최종부실도 결국 저축은행들이 떠안기로 한 구조여서 저축은행 PF대출의 실제 연체율은 증권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이 자산관리공사로 넘긴 PF대출 채권은 대부분 연체중이다. 자산관리공사로 넘어가지 않았다면 저축은행들의 연체율은 20%가 넘는다.
 
현재 저축은행들은 자산관리공사로 넘긴 대출에 대해 최악의 경우 담보로 잡은 땅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감정가의 70%는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충당금을 쌓고 있다. 그러나 PF대출이 실제로 정리가 되기 시작할 경우 부동산 거품기에 평가된 감정가의 70%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약 이에 못미칠 경우 저축은행들이 차액을 자산관리공사에 물어내야 한다.

이같은 상황을 알고 있는 금융당국도 유사시 저축은행들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장치를 다각도로 고민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산관리공사가 저축은행들의 PF대출 채권을 시장에 매각할 경우 저축은행들의 손실이 확정되면서 자산관리공사에 매각손실을 물어줘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면서 "이 때를 대비해 충당금을 가능한 한 빨리 쌓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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