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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K코인 사례는 이러한 초국경 가상자산 범죄의 수사 난점을 보여준다. KOK코인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발행된 뒤 쿠코인(KuCoin), ZBG, 비트렉스 등의 해외 거래소에 상장됐다. 국내에서 투자자를 모집했지만 재단과 운영 법인, 거래소 등이 여러 국가에 걸쳐 있었다.
물론 가상자산의 경우 이동한 자금 흐름이 블록체인에 공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 활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온체인 기록을 분석하면 가상자산이 어느 지갑에서 다른 지갑으로 이동했는지는 확인할 수 있지만 해당 지갑을 실제로 누가 관리했는지, 거래소로 들어간 뒤 누가 이를 거래하거나 현금화했는지까지 모두 드러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성대 블록체인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조재우 교수는 “거래소 지갑은 식별할 수 있지만 재단이나 운영진이 사용하는 지갑에는 이름표가 없고, 거래소로 들어간 이후의 거래는 거래소 내부 자료를 확인해야 한다”며 “결국 해외 거래소의 고객확인(KYC) 정보가 없으면 마지막 연결고리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KOK코인 사건에서는 이러한 자료를 확인하는 문제에 해외 관할권까지 얽힌다. KOK 재단은 2019년 세이셸공화국에서 설립됐고, 이후 KOK 사업 운영권을 인수한 미디움 역시 홍콩 법인이었다. 사업 주체가 국외에 있으면 국내에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관련 자료를 확인하거나 관계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현지 당국의 협조가 필요할 수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국경을 넘어가는 범죄는 해당 국가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중요한 정보와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며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나 법인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야 하는 경우 국내 수사기관의 관할권이 미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하면 붙잡는 것 자체도 어려워져 검거가 늦어지거나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범죄 징후를 포착한 후 신속하게 수사로 연결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가상자산이 오가는 거래소는 범죄 의심 자금을 조기에 발견하고 추가 이동을 막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내 거래소들은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해 의심 거래를 탐지·차단하고, 블록체인 자금 추적이나 수사기관에 대한 자료 제공 등을 통해 범죄 예방과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과 수사기관, 거래소 간 협력이 아직 상시적인 체계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FDS를 통한 이상거래 차단과 자금 추적, 수사기관 자료 제공 등을 통해 실제 피해를 막은 사례가 있지만 기관별로 정보가 흩어져 있고 일부 협력은 담당자 간 연락에 의존하고 있다”며 “민관 협력을 제도화하고 범죄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할 수 있는 통합 대응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범죄 자금의 이동 방식까지 복잡해지면서 신속한 공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여러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섞어 입금과 출금 간 연결성을 낮추는 믹싱 서비스나 서로 다른 블록체인 사이의 자산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크로스체인 브릿지, 탈중앙화거래소(DEX) 등을 거쳐 자금을 여러 지갑과 블록체인으로 분산시키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범죄 혐의를 모두 규명한 뒤 자산을 추적하기보다 수사 초기부터 자금 추적과 자산보전을 병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수사가 진행되는 사이 가상자산이 다른 지갑이나 거래소로 계속 이동하면 피해 자산을 회수할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공학과 교수는 “범죄 전체를 입증할 때까지 기다리면 자산을 보전할 기회를 놓칠 수 있는 만큼 수사 초기부터 자산보전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며 “대규모·해외 연계 사건의 징후가 확인되면 지역 수사팀이 전문 분석인력과 국제공조 지원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는 2023년부터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 체계가 마련된 만큼 기존 전문역량을 일선 사건에 얼마나 빨리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민간 분석업체의 역량도 활용하되 분석 근거와 주소 소유자 추정의 정확성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 거래소와의 신속한 공조가 선결 조건으로 꼽힌다. 온체인에서 범죄 의심 자금의 이동을 확인하더라도 해당 거래소의 협조가 없다면 이용자를 특정하거나 남아 있는 자산을 동결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정식 사법공조 절차와 별도로 주요 해외 거래소와 정보 요청·동결을 위한 협력 채널을 마련하면 실무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며 “KOK코인도 일부 해외 거래소에 물량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만큼 온체인에서 확인된 거래소 잔고를 신속하게 동결할 수 있어야 피해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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