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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최강자인 엔비디아마저 가격을 붙들거나 늘어난 비용을 떠안지 못했다는 사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쥔 협상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는 AI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돌리는 컴퓨터의 심장에 해당하는데, 성능은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하는 D램과 얼마나 잘 짝을 이루느냐에 따라 갈린다. 그런데 D램 생산의 대부분을 이들 3개사가 담당한다.
세 회사 모두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폭증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값이 크게 뛰었고, 그만큼 이들의 영향력도 전에 없이 커졌다.
가격 인상 압박은 이미 업계 전반으로 번졌다. 애플과 퀄컴도 최근 반도체 부족을 이유로 제품 값을 올려야 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역시 이달 초 게임용 PC 그래픽카드 가격을 인상했다고 정보기술(IT) 매체 톰스하드웨어가 보도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 산하 구글, 오라클 등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의 서버를 위탁 생산하는 업체들은 최근 고객사에 이런 내용을 통보했다. 엔비디아는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엔비디아가 비용을 흡수하지 못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위탁 생산을 맡은 대만 TSMC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덕에 반도체 한 개를 수만달러(수천만원)에 팔 수 있고, 매출에서 생산 비용을 뺀 매출총이익률은 75%에 이른다. AI 가속기는 원래 수백달러(수십만원)짜리 PC 게임용 반도체에서 출발했지만, 끊이지 않는 수요와 마땅한 대체재가 없는 상황이 맞물리며 값이 계속 올랐다.
고객사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경쟁사에 틈이 열릴지는 이들이 메모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마존과 MS, 구글, 메타 등 주요 고객사는 자체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여전히 엔비디아 제품을 사야 한다. 홀로서기의 성패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서 물량을 얼마나 받아내느냐에 좌우된다.
가격 인상은 AI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에도 부담을 더할 전망이다. 이미 공사 지연과 인력 부족, 자금 조달 여건 악화, 지역 주민 반발 등으로 차질을 빚는 사업이 적지 않다.
엔비디아는 다음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실적은 AI 인프라가 경제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에 자금을 쏟아부은 투자자들과 기술 업계 전반이 주목하는 지표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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