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올해 도입 37주년을 맞았다. 지난 1986년 법 제정, 87년 공단 창립을 거쳐 88년 1월 첫발을 뗐다. 첫해 연말 5279억 원에 불과했던 기금은 37년이 지난 지금 1269조 원을 넘어섰다. 세계 3위 연기금으로 성장했으나, 그 덩치와 달리 체질은 한없이 불안하다. 최근 기획재정부의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2048년 적자로 돌아서고, 2064년이면 완전히 고갈된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3차 연금개혁으로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며 소진 시점을 조금 늦췄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사실 국민연금은 초창기부터 고갈 경고음을 달고 살았다. 도입된 지 십여 년밖에 안 된 무렵인 1990년대 후반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 고갈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2001년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은 고갈되지 않는다”고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는 국민 기만에 가까웠다. 불과 2년 뒤인 지난 2003년 제1차 재정재계산에서 2047년 기금 고갈 전망이 나왔다. 당시 국민연금은 고작 열다섯 살, 청소년기부터 ‘시한부’ 낙인이 찍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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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건 3차 개혁 이후의 태도다.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3차 개혁 이후 연금특위는 사실상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4월 출범했지만 연말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고작 회의 서너 번에, 자문위원회 구성을 놓고 아직도 잡음만 무성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식이라면 차기 개혁도 대증요법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당장의 인기와 선거 유불리만 따지는 정치권은 국민연금이라는 청년을 제대로 된 수술대 위에 올려놓지 않는다. 답을 모르는 것도, 중요성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이다. 여야 모두 2026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책임을 떠넘기며 미적대는 사이, 국민연금은 속수무책으로 말라가고 있다.
국민연금은 아직 살릴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미온적이고, 땜질식 연금개혁으로는 고갈을 피할 수 없다. 정치적 결단과 구조개혁 없이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37세 청년은 끝내 숨을 거둘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가 연금개혁을 미룬 정부가 아니라, 국민연금을 살려낸 정부로 기록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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