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의 메일이 날라왔다. 지난 19일자 기사 <일본은 ‘드론 국제룰’ 싸움서 어떻게 한국을 이겼는가>에 대한 사실관계를 바로 잡아달라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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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우리나라는 ISO 워킹그룹4에 있는 S16 무인기 분과에서 이 논의를 진행하고 싶다고 했으나 SC16은 이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며 워킹그룹3에서 다룰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결국 이 문제를 어디서 다룰지,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자문그룹부터 시작했는데 이때 참여한 곳이 한국과 일본, 영국이었다. 당시에도 일본은 자신들이 먼저 논의를 시작했다면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닛케이가 주로 보도한 것이 바로 이 자문그룹에서의 논의다. 닛케이 기사에 따르면 스바루는 드론 충돌 회피 순서를 6단계로 제시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보다 세분화한 회피 순서를 제안했는데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일본안(案)이 통과됐다는 것이 요지다. 그러나 황 책임은 “일본이 6단계의 드론 충돌 회피 순서를 제안한 것은 맞다”면서도 “이는 항공기에서도 쓰이는 아주 기본적인 내용으로 한국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한국이 좀 더 세분화한 안을 가지고 온 건 맞느냐’는 질의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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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 자문그룹의 결정은 워킹그룹3의 SC16(무인기)에서도 받아들여져 최종안에 반영됐다. 다만 이 역시 특정 국가의 안이 받아들여졌다고 보기보다는 한국, 일본, 영국 등의 참여 국가가 모두 동의한 안이었다고 한다.
황 책임은 결정적으로 SC16안은 특정한 기술이 포함된 것이 아닌 드론 충돌 회피 기술에 대해서 정의하는 개념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해당 내용에 한국기술이나 일본기술이 들어갈 여지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SC6(정보통신기술)에서 통신 기술을 활용한 드론 충돌 회피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만드는 작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가 ISO/IEC 4005 무인기통신네트워크(UAAN)다.
그동안은 드론 제조사마다 통신 규격이 서로 달라 이종 드론간 정보교환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가 기술 표준을 먼저 선점하면서 드론 통신 기술에서는 우위를 점하게 됐다. 황 책임은 “UAAN 표준안이 제정되면서 이종 드론간에도 장애물 위치 공유 등의 정보 공유가 가능해졌다”며 “드론간 또는 드론과 장애물과의 충돌을 자율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은 레이더를 활용한 드론 회피 기술은 아직 국제 표준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통신칩보다 무거운 레이더를 탑재할 경우, 드론의 비행성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각국의 레이더 기술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 국제표준을 지정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황 책임은 “일본이 한국을 이겼다고 주장하는 안은 누가 이겼다 졌다 할 것 없이 같이 논의한 내용인데다가 우리는 통신이라는 구체적인 기술을 표준화시켰으니 더 논의를 앞서나가고 있는 것”이라며 “이것을 이제와서 자신들이 이긴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UAAN을 활용한 드론 충돌 기술을 실용화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황 책임은 ETRI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현재 탑스커뮤니케이션을 창업, 현재 국토교통부와 기획과제를 하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시제품도 내놓는다.
우리나라는 UAAN을 통해 실시간 안티드론 시스템을 구축해 안전한 드론 운용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황 책임은 “제주공항 등에서 불법 드론으로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됐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라며 “UAAN을 사용하면 실시간으로 드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법으로 들어온 드론을 강제 착륙 명령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UAAN은 인식 서비스 통신 거리도 약 5km로 종전 대비 크게 확장되고 전파 방해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군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황 책임은 “UAAN을 통해 안전한 드론 비행 시스템을 구축하면 결과적으로 드론 산업을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