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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금융위기(0.8%)와 2020년 코로나19 위기(-0.7%)를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최악이었던 올해보단 낫지만, 성장세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2.1%의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이며, 이번 조사에서 전문가 13명 중 3명은 내년에도 1%대 성장률을 예상했다.
윤석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내년 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 종료,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물가상승세 둔화), 제조업 경기 개선 등에 힘입어 수출, 설비투자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동월비 5.1% 증가해 1년 1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이달 1~20일까지 수출도 2.2% 증가해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가 이 기간 2.4% 늘어 월간 기준으로 16개월만에 증가세 전환이 기대된다.
다만 주요국의 성장세가 올해보다 내년 더 꺾일 가능성이 큰 만큼, 수출이 크게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성장률은 올해 3.0%에서 내년 2.9%로 낮아진다. 특히 주요 교역국인 미국,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각각 2.1%, 5.0%에서 내년 1.5%, 4.2%로 둔화가 예상된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모멘텀이 약화되면서 수출의 큰 폭 개선이 어려운 데다 고금리로 인해 민간소비 위축, 투자 부진 등이 예상된다”며 내년 성장률을 1.5%로 내다봤다.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세냐, 그 밑이냐로 경기 전망이 엇갈린 상황에서 물가는 더디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3.6%, 2.5%로 집계됐다. 한은의 8월 전망치(3.5%, 2.4%)와 비교하면 0.1%포인트씩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9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올해와 내년 소비자 물가상승률과 근원물가 전망치를 8월 전망보다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물가 전망의 상향 조정을 기정사실화했다.
10월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비 3.8%로 석 달 연속 물가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그나마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가 10월초 배럴당 90달러 안팎에서 최근 80달러초반대로 내려온 만큼 물가상승 압력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있지만 누적된 비용 상승 압력이 소비자 물가에 전가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관측이다. 특히 내년 4월 총선 이후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나타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윤 연구원은 “환율 안정, 서비스 물가의 상방 압력 완화 등으로 물가는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원자재 수급불안 속에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으로 물가 둔화 경로의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