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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기업인 풍산의 재계 순위가 70위권 안팎인 중견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통합 한경협 수장으로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재계에선 풍산이 역대 정권에서 4대 그룹 못지않게 미국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풍산이 방위산업체인 만큼 선제로 대미(對美) 관계에 공을 들여 미국 거대 방위산업체 인맥은 물론 미국 민주·공화당을 아우르는 정계 인맥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는 것으로도 익히 알려져 있다. 특히 선친인 류찬우 회장 때부터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일가와 인연을 맺어왔다.
류 회장은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경제사절단으로 참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찬에 참석했다. 당시 류 회장은 자리 배치도 헤드테이블과 가까운 쪽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과 함께 앉아 주목받기도 했다.
전경련 차기 회장에 4대 그룹 총수들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 바 있지만 전경련이 경제계 맏형으로서 미국 네트워크 강화에 힘쓰기 위해선 류 회장이 선임되는 게 더 적합하다는 게 재계 및 정계 평가다. 삼성·현대차·LG를 비롯해 우리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고 현지기업과의 합작을 늘리는 등 반도체·배터리·자동차·태양광 산업을 확대하고 있어 미국 정부의 입법·규제 동향을 살피고 정치적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자 류 회장을 전경련 차기 회장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4대 그룹의 경우 전경련 및 정부 정책 지원을 받으며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더 적절하다”며 “(기업 총수들은) 첨단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김 회장직무대행의 목소리도 류 회장의 차기 회장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김 회장직무대행은 전경련의 한경협으로의 전환 관련 취재진 질문에 “전경련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나 기업들이 ‘이 단체에서 활동하면 좋을 것’이라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