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 국민 건강 및 환경 보호라는 법안 취지였지만 역풍은 상당했다. 실제로 신규 화학물질 등록 기준인 연간 100㎏은 미국 10톤(t), 일본·중국·유럽연합(EU) 1t 등에 비해 강도가 훨씬 강하다. 화학물질 관리 대상도 한국이 1940종으로 일본의 3~4배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의 경영활동을 옥죄는 킬러규제로 변했다.
1651건(제16대 국회)vs 2만1031건(제21대 국회 7월 현재). 이 기간 의원입법은 무려 13배나 늘었다. 특히 21대 국회 들어서는 매일 20건 이상의 법안이 의원 주도로 쏟아지면서 ‘역대급 홍수 법안’이란 평가를 받는다.
국회의원의 입법권 남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영향에 대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아 양적 팽창에만 함몰돼 있다는 지적이다. 입법영향분석 제도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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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법은 1998년부터 시행된 행정규제기본법 제7조에 따라 규제영향분석이 의무화돼 있지만, 의원입법은 10인 이상 의원의 동의만 있으면 별도 사전규제영향분석 없이도 발의가 가능하다.
또 정부 부처가 각종 정책을 추진할 때 복잡한 심사를 거치는 과정을 생략하기 위해 국회의원 통로를 이용하는 청부 입법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가 입법을 하려면 각종 규제 심사와 심의 절차로 인해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린다. 이런 이유로 현재 국회를 통과하거나 계류 중인 전체 법안 중 의원입법 비중은 97%에 달한다.
문제는 이 같은 입법 폭주가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하고, 결국 가계와 기업을 옥죄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2020년 국회에서 모빌리티 혁신에 제동을 건 ‘타다 금지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국회의정활동 평가 항목에 법안 발의건수가 들어가다 보니 실적 올리기식 부실 법안이 적지 않다. 국회에서 계류되거나 결국 폐기되는 소위 ‘낮잠 자는 법안’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 위원장을 맡은 홍석준 의원은 “의원 발의 법안은 아무런 통제장치가 없기 때문에 입법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를 사전에 통제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규제 법안의 경우 국회입법조사처의 규제영향분석서를 제출하도록 해 충분한 사전 검토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